“예뻐?”

애인이 생겼다는 친구에게, 혹은 소개팅에 나서기 전 주선자에게 많은 남성이 가장 먼저 한다는 말. 최근 애플이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와 함께 공개한 스마트워치에 대한 제 첫 물음입니다. ‘스마트’ 워치라고 하면 보통 겉모습보단 기능을 유심히 살피기 마련입니다. “예쁘면 사겠다”는 제 말에 지인들은 ‘애플빠(애플사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였느냐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다짜고짜 ‘외모’부터 묻는 건 정작 자신들이면서 말입니다.

애플워치가 공개된 후 가장 재미있는 건 스마트폰과 연동 가능한 이 손목시계가 얼마나 ‘패셔너블(fashionable)’한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IT 전문가들이 기능과 가격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패션업계에선 과연 이 시계가 스타일 아이템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추측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IT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늘 있어 왔지만, 이번만큼 패션 관계자들이 관여한 적도 없습니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린트 센터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 전세계 패션지 기자 10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울 때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애플워치가 노리는 시장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IT업계의 전망만큼이나 패션계의 반응도 다양합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장을 생중계한 강주연 한국 엘르 편집장은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와 선택의 폭에 다양성을 주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확산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저널리스트 수지 멘키스는 보그에서 “‘패션 피플’이 이 시계를 좋아할지 확신이 안 선다. 웨어러블(wearable·착용하기 적합한)을 꼭 시계로 표현해야 하는 걸까”라며 혹평했습니다. 국내 한 패션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에르메스나 롤렉스까지는 아니더라도, 30만 원 이하의 스와치 같은 브랜드는 약간 긴장할 수도 있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게 와닿은 분석은 시계 마니아인 한 지인으로부터였습니다. 그는 “디자인은 동그라미와 네모의 기나긴 전쟁”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플워치가 실패하면 이유는 ‘네모’이기 때문이야. 현대 디자인의 핵심은 부드럽고 날렵한 곡선이야. 건축이든 자동차든 시계든. 심지어 여자들을 봐, 사각을 극복하기 위해 턱까지 깎는 세상이야.”

정답은 없습니다. 분명한 건 컴퓨터, 휴대전화, 텔레비전 그리고 거리의 전광판까지 실시간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지금 시대에, 시계는 이미 패션 소품이라는 사실입니다. 내 몸, 내 옷과 잘 어울려야 하는 게 관건. 그래서 글로벌 남성 패션지 GQ는 다른 매체와 달리 별다른 평가를 내리지 않은 채 파란 색 슈트에 애플워치를 매치시킨 사진 몇 장만을 올렸습니다. “착용하고 싶을 만큼 멋진가요?” 하는 질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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