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를 걷고 있다. 김낙중 기자

김영환(51)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1980년대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의 핵심이었다. 북한 주체사상을 남한에 본격적으로 퍼뜨린 ‘강철서신’이란 책을 쓴 주인공으로 주사파 이론의 대부이자, 민족해방 운동권에서 신화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밀입북해 김일성을 직접 만나고 온 뒤인 1990년대 후반 전향했다. 1980년대 진보인사의 대명사 중 한 사람인 그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며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1986년 구국학생연맹을 만들고 ‘강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한 노동운동가가 청년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서신은 주체사상 전파의 교본이었다. 지난 1991년 강화도에서 북한 반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해 황해도 해주에 도착한 뒤 헬기로 묘향산 별장으로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김 연구위원은 김일성을 두 번 면담했다. 그리고 주체사상을 연구하는 북한 학자들도 만났다. 1997년 남한으로 귀순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등과도 만나 주체사상을 논했다. 방북하고 돌아온 김 연구위원은 서울대 법대 동기생 하영옥 씨 등과 함께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일성을 만난 일이 오히려 그에게 주체사상과 북한 현실을 회의하게 했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민혁당을 해체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한 주체사상 토론에서 ‘수령이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같은 오류를 범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반복했지만, 북한 학자들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 모습을 보고 “세상에서 주체사상을 연구할 자유가 없는 곳이 바로 북한이란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김일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된 주체사상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민혁당을 해체한 2년 뒤인 1999년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뒤 사상 전향문을 쓰고 ‘공소보류’로 풀려났다. 이후 ‘시대정신’이란 계간지를 만들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으로 북한 민주화와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2005년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 “1990년대부터 북한은 보스 1인 중심의 ‘마피아형 군사독재체제’이며, 사회주의적 요소는 파괴됐고, 더 이상 사회주의 사회도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 운동가로 변신한 김 연구위원은 2012년 3월 중국 정보당국에 체포돼 구금됐다. 중국 공안당국은 김 연구위원 등 한국인 4명에 대해 국가안전위해죄를 적용,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시의 한 수감시설에 구금했다. 114일 만에 풀려난 김 연구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내 구치소에 구금됐을 당시 조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중국 입국이 불허돼 한국 내에서 활동하면서 북한 민주화 운동에 힘쓰고 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