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각각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정치개입)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은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이 15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원 전 원장 측은 국정원 댓글 작업이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심리전이었고 정치 개입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2심에서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검찰은 여전히 항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원 전 원장에게 적용할 공직선거법 조항을 바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모두 무죄라는 취지라는 항소장을 이날 오전 제출했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 측은 1심에서 대선 개입 혐의에 관심이 집중돼 정치 개입 혐의에 대한 심리가 미진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은 “국정원의 댓글을 통한 심리전 활동은 북한의 사이버 선전전에 대응해 오랜 기간 이뤄진 일이고, 원 전 원장이 직원들에게 정치 개입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도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모임에서 ‘사이버 선전전에서 우위를 보이다 (국정원 개입으로) 최근에는 밀린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점 등을 봤을 때 사이버 심리전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며 “2심에서 심리전 활동의 범위에 대해 면밀한 심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판결문 분석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검찰은 오는 17일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 안팎에서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다시 심리해 달라는 취지로 검찰이 결국 항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이 항소심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의 혐의 조항을 선거법 85조(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 대신 선거법 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심 재판부도 국정원 댓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행위였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86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86조에서 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는 각 항목들을 이번 사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아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86조 가운데 혐의에 가장 근접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적용하기 위해선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 중 여당이나 여당 후보 지지를 표명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병채·김동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