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일자리 창출의 ‘효자’ 노릇을 해온 보험산업이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고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저금리로 인한 금리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조직 슬림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고, 손해보험업계 역시 효율적인 조직 운영 필요성에 따라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종사자) 보호를 위해 국회가 발의한 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이 보험사의 비용부담을 가중시켜 보험업계 대량 실업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고종사자의 고용·산재보험 가입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과 산재보험법이 각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보험설계사 등 특고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단초가 되며, 일부 저효율 인력에 대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연소득이 1500만 원 이하인 설계사가 손보업계의 경우 전체의 17.7%, 생보업계는 23.2%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 인정시 손보업계에서만 최대 5만9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보험설계사의 일자리 구조가 여성이 64.2%, 50대 이상도 35.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적 약자인 여성 및 고령자의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특고종사자의 실업 이유 중 80% 이상이 ‘자발적 이직’으로 실업급여 수급요건에도 맞지 않다는 점에서 고용보험의 필요성이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자발적 이직을 보장하는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제도적인 보호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진입 장벽이 낮고 이직이 빈번한 보험설계사 등 특고종사자의 실업급여 수령은 일반 근로자보다 용이해 이로 인한 고용보험료 누수 발생과 기금 고갈로 귀결될 수 있다”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처우 개선을 위하여 발의된 양대 보험법이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