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의 ‘못다핀 야구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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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38·얼굴) 고양 원더스 구단주는 프로야구 2군 정식 편입을 둘러싼 한국야구위원회(KBO)와의 의견 차를 이유로 11일 원더스를 전격 해체했다. ‘괴짜 구단주’로 불리던 그로서도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 없이 독립구단의 꿈을 계속 이어가기는 무리였다. 그러나 연간 30억∼40억 원씩 사비를 털어 구단을 운영한 공로가 크다고 해도, 갑작스러운 구단 해체로 36명의 선수를 한순간에 실업자로 만든 것은 ‘열정에게 기회를’이란 원더스 슬로건과 어울리지 않았다. 허 구단주에게도 오랫동안 아픈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허 구단주의 독특한 이력은 대학 시절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서울대 응용화학부 4학년이던 1999년 서울대 최초의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으로 뽑히며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선거운동본부 이름부터 ‘광란의 10월’이라고 정하고, 힙합 댄스 유세로 파격을 선보였다. 졸업 후에는 친구들과 ‘네오플’이란 벤처 게임업체를 설립했다. 20개 가까운 게임이 줄줄이 망하면서 29세 나이에 30억 원의 빚더미에 올랐지만, 2005년 온라인게임 ‘던전 앤 파이터’가 대박을 치면서 단숨에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돈을 번 뒤에도 괴짜 행보는 여전했다. 3800억 원에 회사를 넥슨에 매각하고 돌연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서울대 야구부에서 뛰었던 ‘야구광’의 피도 이때 다시 뜨거워졌다. 미국 생활 동안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너클볼 투수 필 니크로(75)에게 수백 통의 이메일을 보낸 끝에 너클볼을 배운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09년 885억 원에 미래에셋타워를 인수해 화제가 되고, 2010년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를 만드는 등 사업가로 돌아간 뒤에도 야구의 꿈을 놓지 않았다. 결국 2011년 원더스를 창단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독립리그 구단 락랜드 볼더스에 입단, 지난 5월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선수들에게 ‘제2의 기회’를 제공했던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원더스를 해체하면서 허 구단주의 야구 열정은 꽃피다 만 셈이 됐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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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의 ‘못다핀 야구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