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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은 모두 조선과 중국 옛 사대부들의 삶과 관심사들을 흥미롭게 들여다보고 있다. ‘사대부 산수유람을 떠나다’(정치영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왼쪽 사진)는 조선시대 여행기를 통해 당시 선비들의 행로를 쫓고, ‘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쑨리췬 지음 / 인간사랑·오른쪽)는 중국 진나라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선비들이 입고, 먹고, 마시고, 글읽고, 즐기고, 유람하는 등의 다양한 생활사를 들여다본다.

먼저 조선 사대부의 산수유람 행로부터 따라가보자. 지리학자가 쓴 이 책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유람 행로를 분석하고 복원해낸다. 지금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가볍게 결행하고 수시로 경험하는 것이지만, 조선시대에는 달랐다. 교통이 불편하고 여행지 정보가 거의 없던 시절. 게다가 아무리 유복한 사대부의 선비라도 생계에 손을 놓고 길을 떠난다는 건 드문 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지방순시나 암행감찰 등을 위해 떠나는 벼슬아치들의 출장이 많긴 했지만, 산수유람을 목적으로 한 본격적인 여행도 있었다. 더러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탐구 욕구로, 또 어떤 이들은 순전히 ‘여행을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조선시대 사대부 선비들이 남긴 100여 편이 넘는 기행문을 분석한 이 책은 여행의 준비부터 감행, 그리고 여행의 목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여행 목적지는 대부분 산이었다. 당시의 여행이란 곧 지금의 ‘등산’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에 등장하는 여행기를 남긴 선비들의 행선지는 북한산, 금강산, 속리산, 청량산, 가야산, 지리산, 백두산 등이다. 저자는 옛 선비들의 여행기를 통해 누가 그 산에 올랐으며, 어디어디를 보았고, 어떤 감흥을 느꼈는지를 분석한다. 심지어 교통수단과 길의 상황, 숙박과 식사 등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조사했다. 선비들의 행로에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승려와 기생들을 폭포에서 물놀이를 하게 해서 그걸 보고 즐긴 선비가 있었는가 하면, 유람 중 호랑이와 맞닥뜨려 불을 피워서 쫓은 선비도 있었고, 유람길에서 본 약초와 나무를 일일이 기록한 이들도 있었다.

‘사대부 산수유람을 떠나다’가 조선 선비들의 여행에 국한한 이야기라면 ‘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는 선비들의 거의 모든 생활사를 다 다룬 책이다. 옛사람들이 남긴 글을 통해서 선비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부터 식사법, 옷의 변천, 집을 짓고 꾸미는 격식 등 의식주는 물론이고 벼슬에 대한 태도와 음악과 미술, 잡기 등을 즐기는 요령 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피고 있다. 이 책에도 중국 선비들의 산천유람에 대한 내용이 있다. 저마다 유람의 배경이 달랐기에 여행길에서 어떤 이는 유유자적했고, 다른 이는 괴롭고 적적했다. 뜻이 꺾인 뒤에 떠돌며 처량한 여행을 했던 선비들이 있었는가 하면 산천을 여행하며 평안과 자유를 얻은 선비들도 있었다. 생활과 여행이 곧 바른 삶을 궁구하는 도구였던 시절. 조선 선비와 중국 선비들의 여행담 혹은 생활사에서 정신적인 자유와 문화적인 품위를 갖추려 했던 이들 옛 선비들의 올곧은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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