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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말하다 / 칼럼 매캔 엮음, 윤민경 옮김 / 처음북스

가끔은 남자도 울고싶다 / 고트프리트 휘머 지음, 이희승 옮김 / 책읽는 수요일

“나는 지금 이 글을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서 쓰고 있어요. 신문은 바닥에 놓여 있고 한쪽 무릎에는 노트북을, 다른 한쪽에는 캡 앤 크런치 시리얼이 담긴 그릇을 놓아둔 채 말입니다. 남자답다는 것은 말이죠, 바로 이렇게 균형을 유지한다는 겁니다.”(84쪽)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게 남자답다는 건가. 불결하기 짝이 없다. 화장실 안에 노트북과 시리얼 그릇을 함께 들고 들어간 자체가 ‘경이롭다’. 그런데 변기 위에 앉아서 글도 쓰고, 식사도 하다니. 여하튼 뉴욕의 여성작가 슬로안 크로슬리는 이것을 남자가 취할 수 있는 ‘균형’이라고 말한다. 아일랜드 출생의 소설가 에드나 오브라이언은 ‘남자의 성공’을 이렇게 말한다. “뜨거운 혈액이 온몸을 순환할 수 있도록 심장의 밸브를 열어라. 훌륭한 여성작가들의 글을 읽어라. 두 명의 에밀리-브론테와 디킨슨-부터 현대작가들까지. 어린아이가 말하듯이 그래도 솔직히 아직도 가끔은 꿈을 꾼다고 고백해 봐라. 그래. 그럼 성공한 것이다.”(213쪽)

궁금한 사람은 다 모여라. 세계의 문학가들이 ‘남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남편, 아버지, 아들, 남자친구, 그리고 직장 상사와 선후배. 우리를 둘러싼 남자의 유형, 그리고 그 남자의 모든 면면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열띤 토론이 아니라 단편소설, 에세이, 조언 형식을 띤 작가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에스콰이어의 자유기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세계적인 작가 80명에게 ‘어떻게 남자가 되는가(How to be a man)’란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는 ‘속죄’의 이언 매큐언, ‘연을 쫓는 아이’의 할레드 호세이니, ‘악마의 시’의 살만 루시디, ‘세월’의 마이클 커닝햄도 포함됐다.

80개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남자, 다른 시기, 다른 순간, 다른 관계, 다른 시각을 다룬다. ‘이래야만 남자다’라고 단정 짓지 않기 위해. 사실 책은 ‘이런 것도 남자다’에 가까우며 ‘남자답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의를 내려 생각의 폭을 넓힌다. 예컨대 전직 이라크 종군기자인 엠시 암스트롱은 바그다드의 시위 행렬을 귀찮게 여기며 저녁에 남성전용 클럽에 갈 생각만 하는 미국인 사업가와, 분신을 시도하던 팔레스타인 소녀를 구해 병원으로 보내는 파리스와 같은 남성을 대비시킨다. 또 지오콘다 벨리는 예쁘장한 소녀들이 많은 교회에 다니며 성적 충동으로 괴로워하는 평범한 소년을 통해 남자를 말하고, 제임스 리 버크는 전쟁과 권위에 맞서는 용기를 가진 자가 진정한 남자라고 단언한다.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내기를 좋아하고, 지기 싫어하는 남자들의 속성을 드러낸 글도 있어 웃음 짓게 한다. 알렉스 길버리는 열차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남자가 낯선 여성 앞에서 유년시절처럼 키재기를 하며 서로의 ‘강함’을 과시하는 모습을 그린다.

‘남자를 말하다’가 남성의 여러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면, ‘가끔은 남자도 울고싶다’는 남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실용서다. 특히 성과와 성공에 집착하는 현대 남성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자존감과 건강, 삶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하라는 깨달음을 준다. ‘남자를 말하다’가 간접적으로 남자를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라면, 이 책은 남성들에게 ‘세상을 전부 이해하지는 말라’고 권하는 책이다. 즉 균형을 갖고, 용기를 지니며, 꿈을 잃지 않고, 내기에선 언제나 이겨야 한다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것.

책은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이다. 한때 물 마실 틈도 없이 바쁠 정도로 ‘성공한 남자’의 전형이었던 저자는 “성공의 끈은 끊어질 수도 있다”며 “자기 가치를 인식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사회적 분위기 인식, 다른 사람의 입장 인지, 자신의 감정 수용, 환경 관리 등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계별 행동패턴을 설명하고, 번아웃 증후군의 예방과 관리, 자기 관찰일지 사용하기 등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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