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룽(楚樹龍) 중국 칭화(淸華)대 국제전략발전연구소장 겸 공공관리학원 교수가 국제세미나에서 “통일된 한반도에서 미군이 주둔하더라도 중국에 위협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당교 교수로 중국 정부에도 영향력이 큰 대표적인 국제관계 전문가인 추 교수가 한반도의 역사적 경험과 ‘북한 완충지대 불필요론’을 동원해가며 “통일 한국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주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갈수록 멀어지는 북·중 관계에 비춰 중국의 한반도 통일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짐으로 해석된다.

추 교수는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소장 이석수) 주최 ‘한반도 통일과 주변국 이익’ 세미나에 앞서 사전 공개한 발제문 ‘중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추 교수는 “역사적으로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과 사이가 좋았다”면서 “지금까지 북한은 중국에 이익보다는 손해를 끼쳤으며, 통일 이후 미·중 관계가 반드시 나빠진다고 볼 수 없기에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완충지대가 필요없다”고 대북 강경론을 폈다.

추 교수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꿈과 역사적 입장, 경제적 이익, 아시아 부흥, 안보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통일이 되면 북한의 재건과 근대화를 위한 붐이 일어나 통일한국과 중국 경제에 커다란 기회가 찾아오고, 통일 한반도는 중국과 경제적 연대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아시아의 부흥이란 관점에서도 한반도 통일은 지난 5세기 동안 침체된 아시아의 부흥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와 달리 같은날 발표자로 나서는 미국·한국 학자들은 사전배포 원고를 통해 ‘북한 완충지대론’을 폈다. 미국 출신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선호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중국은 통일을 반대할 것”이라며 “만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중국은 한반도 중립화를 추구하거나, 통일을 묵인하는 대신 미군 철수를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도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통일시)미국의 군사·안보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중국이 최근 한반도 통일에 대해 대화 폭을 넓히며 반대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미·일동맹과 중국의 경쟁적인 지역구도 하의 한·중 관계를 전략적으로 강화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