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냥 훈련 9일 올봄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구조된 어린 올빼미가 어미처럼 자라 야생에 적응하도록 사냥훈련을 받고 있다. 쥐 사냥을 하는 올빼미는 최근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맹금재활사? 좀 생소한 단어이다. 우리나라 직업군에도 없다.

그러나 이 일에 전념하는 국내 유일의 맹금재활사 박상현(37) 씨가 있다. 또한 그의 지도하에 수의사를 포함한 4명이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공식적으로 맹금재활과정을 학습하고 있고, 비공식적으로 10명이 틈틈이 맹금재활을 배우고 있다. 맹금재활이란 매, 황조롱이, 올빼미 같은 맹금류들이 장애나 미아 상태로 구조됐을 때, 치료와 야생적응 훈련을 받는 과정을 말한다. 구조된 야생동물들은 외상치료가 끝난 후 곧바로 자연으로 방생하면 90% 이상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사한다. 특히 먹잇감을 사냥하는 동물들은 스스로 사냥하는 사냥술을 학습하지 못한 경우 99% 굶어 죽는다.

새끼 시절에 사람에게 구조된 맹금류는 인간을 부모로 착각하는 각인(imprinting)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맹금재활은 인류의 매사냥 기술을 응용해 맹금류에게 사냥술을 가르치고, 각인된 맹금류가 사람을 두려워하는 과정을 느끼게 해,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가게 하는 고도의 숙련된 활동이다.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김희원 수석수의사에 의하면이 센터에 연간 12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된다.그중 맹금류가 30%나 차지한다.

이곳에서 3년차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 씨는 참매, 매, 수리부엉이, 올빼미, 황조롱이, 새호리기를 직접 재활치료하고 있고, 그 기술을 수의사와 관리사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중학 시절 맹금류 공부를 위해 영국의 켄트 지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까지 맹금류에 푹 빠진 박 씨는 국제맹금류보존협회(IAF)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맹금류는 자연환경의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지표종으로 그들의 서식환경은 인류의 생존과 상관관계가 있다.

그는 20여 년간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과 맹금의 공생관계를 위해 맹금류 보호활동은 물론, 맹금류를 이용한 유해동물 퇴치활동, 매사냥 시연 등도 펼친다. 그러나 구조된 맹금류가 자연에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재활에 성공한 경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사진·글 =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응급 조치 박상현 맹금재활사와 양병훈 수의사가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구조한 새호리기의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X-ray 맹금재활사와 양병훈 수의사가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구조한 참매의 엑스레이 사진으로 골절된 뼈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발톱 정리 구조된 새호리기의 재활치료를 위해 날카로운 발톱을 깎아주고 있다. 사육하는 맹금류의 날카로운 발톱을 그대로 유지해 주면 자주 사용하지 않아 자신의 몸에도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크게보기꼬리 시술 보라매의 손상된 꼬리깃에 대체할 다른 꼬리깃을 탄력이 좋은 대나무살로 이어 붙이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재활 성공 올봄 갓 부화된 상태로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구조된 올빼미가 어미처럼 건강하게 자라 먹이를 달라고 울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깃털 수술 박상현(왼쪽) 맹금재활사와 이새미 수의사가 보라매의 손상된 깃털을 보완해 주는 수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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