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최근 서귀포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과 진상조사위 구성 합의 등 중앙정부 정책과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중앙 정치권을 향한 자신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과 국책사업이든 대규모 투자사업이든 차차기 대권가도를 향한 ‘장도’에 ‘흠집’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몸을 사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 사업에 대해 ‘반대 카드’를 빼든 이유는 두 가지 분석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권을 꿈꾸는 인물이) 지역 주민 갈등도 해소하지 못한 정치인’이라는 지적을 피하려는 모양새에, 국책사업임에도 반대파를 끌어 안으며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해 보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젊고 참신하며 추진력 강한 리더십’ 이미지가 소멸되면서 전형적인 ‘보신주의’에 ‘애매모호한 관리형 리더십’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해군기지 추진 진상조사위 구성 합의’를 한 내용을 놓고 정부(국방부)나 해군, 강정마을 지역 주민들까지 나서서 “해군기지 반대 세력에게 투쟁의 동력을 제공하면서 이미 늦어진 국책사업을 더욱더 지연시키는 ‘소탐대실’이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 지사는 이미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후보였던 신구범 전 제주지사를 당선인 인수위원장으로 선임하며 ‘협치’와 ‘정책 탕평’을 주장해 왔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혀 가겠다는 행보다. 당시 원 지사는 “주민대통합과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제주도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서로의 공약을 우선순위 없이 모두 검토대에 올려 심사하고 토론해 정책을 결정하는 ‘정책 탕평’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군기지 사업뿐만 아니라 원 지사의 경제정책도 취임 이후 계속해서 정부와 엇박자다.

중국자본의 제주도 부동산 진출과 카지노사업 투자, 영리병원 설립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설립 인허가 심의위 구성 등으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원 지사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간판으로 당선된 도지사가 중앙정부나 중앙당의 정책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며 대통령과 경제팀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시각이다.

제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