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수사권·기소권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압수수색·체포·구속 등이 가능하도록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거나 그에 준하는 대안을 요구하는 반면, 여당은 법 질서 훼손 불가를 이유로 ‘절대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립적이고도 강력한 권한을 가진 진상조사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부 유가족이나 야권 강경파 및 시민·재야단체 등 장외그룹이 주장하는 요구에 대해 법리적으로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민간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경우 수사의 기본이자 대원칙인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검찰·경찰-감사원-국정조사특별위원회-진상조사위에 이르기까지 같은 사안에 대해 중층적인 조사 및 수사를 허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넓은 의미에서 일사부재리(어떤 사건에 대해 일단 판정이 내려지면 그 사건을 다시 심리하지 않는다) 원칙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오전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조사와 수사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수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훨씬 강력하게 요구된다. 정부에서 합동조사반이 만들어지는 경우에도 조사팀과는 별도로 수사팀이 꾸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진상조사위에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을 반영하는 사람이 들어가게 되고, 이 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다면 공정성 논란이 생기게 된다”며 “경찰이나 검찰보다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사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특검제도인 만큼 특검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피해자가 스스로 심판할 수 없다’는 형사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진상조사위가 수사·기소권을 행사하게 하면 자력구제 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감사원이 감사를 했고, 국회에서는 세월호 국정조사특위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기소권을 보유한 진상조사위가 출범한다면 이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검찰에서 세월호 사고의 책임자들 여러 명을 이미 기소한 상황에서 진상조사위가 다시 사고를 조사한 들 무엇을 새롭게 밝힐 수 있겠냐”며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한 검토부터 하고 진상조사위의 수사·기소권 행사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종·정유진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