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3일 하루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0년 이후 14년 만의 금융권 총파업으로 최소 6만 명이 집회에 참여해 정부의 관치금융 철폐와 금융공기업 정상화방안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내 금융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한국 금융경쟁력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섬에 따라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금융노조는 오전 9시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종합운동장에 모여 금융권 노동자 6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파업집회를 열었다. 금융노조는 37개 사업장, 약 10만 명의 노동자들로 구성된 한국노총 내 최대 단일 산별노조로 금융권 총파업은 14년 만이다. 앞서 지난 2000년 7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 간 인수·합병 문제가 불거지자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6만5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날 금융노조가 내건 요구사항은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조기 통합 시도 즉각 중단 ▲신용정보집중기구, 금융보안전담기구, 서민금융총괄기구 신설 원점 재검토 ▲공공기관 획일적 복지 축소 즉각 중단 ▲사측의 산별교섭 요구안에 대한 전향적 입장 변화 등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금융노조가 내건 요구사항은 사측과의 협상으로 해결될 문제라기보다는 정부 측의 정책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커서 해결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큰 틀에서 관치금융을 얘기하고 있지만 KB, 외환, 금융공기업 등의 이슈가 각기 다르다”면서 “더 큰 문제는 사측과의 협상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많아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정책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가야 할 금융공기업들이 복지 이슈를 내세워 총파업에 참여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각 은행 영업점에는 필수 운영인력이 남아 있어 업무차질 없이 정상 운영됐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