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의원실 앞으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로비 부근에 있는 택배 수령처. 추석을 앞두고 정부 산하단체와 유관기관 등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내온 선물들이 쌓여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세월호특별법 강경 대치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넉달 째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가 지속되고 있지만 의원 사무실이 있는 의원회관에는 추석 선물 배달이 이어지고 있다.

‘무노유임(無勞有賃)’의 의원들이 뻔뻔하게 추석 선물을 챙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 선물의 상당수는 의원이나 보좌진의 눈치를 봐야 하는 피감기관이나 로비가 필요한 업체들에서 보내온 것들이다.

추석을 5일 앞둔 3일 국회 의원회원 앞은 전국 각지에서 선물 보따리를 싣고 온 택배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의원회관 1층 로비로 들어서자 택배사 직원들이 나른 선물 꾸러미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택배 직원에 선물을 손수레로 옮겨 싣는 여야 의원실 직원들까지 가세하는 등 로비 1층은 마치 택배회사 물류센터를 방불케 했다. 로비에서는 이런 풍경이 이날 하루종일 이어졌다.

배달된 택배들을 살펴보면 한과, 과일, 멸치 등 식품류가 많았지만 아이스박스에 담긴 굴비나 홍삼 세트 같은 고가의 선물도 눈에 띄었다. 같은 물건이 50~100박스씩 되는 등 양도 상당했다.

대부분이 국회가 감독하는 피감기관인 정부 산하기관이나 대기업, 지역구 인사들이 보낸 것이었다.

의원실 내부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배나 사과 등의 과일, 지역 특산물 등이 의원실 주변에 쌓여 있었다.

설 선물 포장을 뜯고 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차량 안과 트렁크에 선물을 놓고 계속 의원 집으로 옮겨야 할 정도로 선물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부정청탁금지법안(일명 김영란법) 처리를 앞두고 있는 국회가 임무를 방기한 채 추석 선물을 받는 건 도의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은 ‘직무관련성은 있으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면 형법상 처벌할 수 없었던 떡값·상품권 수수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으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무원들에게 관행적으로 돌리고 있는 명절 선물 모두가 불법이 된다.

이 같은 민심과 동떨어진 풍경에 주변에서 눈살을 찌푸릴까봐 눈치 작전을 펴는 곳도 있었다.

실제로 한 보좌관은 “단체로 오는 건 어쩔 수 없이 의원회관에서 받고 있지만, 개인적인 건 집이나 지역구로 보내달라고 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이제 명절 선물도 뚝 끊길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올해는 특히 들어오는 추석 선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