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을 지원해온 대한변호사협회의 현 집행부가 전임 회장단의 반(反)법치주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변협(辯協) 집행부가 4월 30일 위철환 회장 명의의 첫 성명에서 피해 배상 협상과 공익소송 등을 무상 지원하기로 한 것까지는 공감을 받았다. 그러나 7월 16일 성명을 통해 ‘4·16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면서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위원회의 독립적인 지위와 수사권 부여’를 주장한 데 대해, 직전 신영무 제46대 회장 등 전임 회장 7명이 1일 이례적으로 현 집행부의 편향성을 정면 지적함으로써 파문에 싸여들고 있다.

변협은 개업 변호사 1만5000명과 준회원 2800명이 가입한 대한민국 법조 일륜(一輪)으로서 전체 변호사를 대변하고 있다. 파문의 1차 핵심은 절차의 문제다. 이런 중요한 법리 판단이 전체 구성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결정됐다는 것이다. 현 집행부가 법률가로서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그르쳐왔다는 게 전임 회장들의 질정(叱正)이다. 더 중요한 본질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 나아가 기소권까지 부여하자는 주장 자체의 문제다. 모든 제도나 이론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지만 현행 대한민국 법 체계·현실에서는 반법치로 기울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법 협의 과정에서 이미 오래 전에 거둬들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세월호법이 허공을 겉돌고 있는 것은 변협의 이런 주장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여야의 지난달 7일 첫 합의도, 19일의 재합의도 유가족위 측의 비토(거부)로 번번이 무위(無爲)로 탈색됐는데, 변협의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그 연장선상의 ‘유족과 여야 3자 협의체’ 주장도 합리적 대안이긴커녕 대의민주주의 부정일 뿐이다. 변협은 1952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2월 회장 직선 체제로 집행부가 구성되고 그 집행부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도함으로써 수사권·기소권과 관련된 호도된 법리가 형사사법 체계를 흔들기에 이르렀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고 한다. 변협은 반법치 주장을 시정해 ‘유족 수호천사’로서의 진정성 또한 만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