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라’고 공식 성명을 낸 것에 반발해 전직 변협 회장단이 1일 대한변협을 항의방문했다.

정재헌(41대·77)·천기흥(43대·71)·이진강(44대·71)·신영무(46대·70)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협을 방문해 위철환(47대·57) 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들은 비공개 면담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법적 근거를 검토하고 성명 등을 발표한 현 집행부의 활동이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하거나 편향된 시각을 전체 구성원 의견인 것처럼 호도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직 회장단은 면담 후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변협의 향후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집행부에 의견서만 전달했다. 항의방문에 앞서 서울 모처에서 가진 전직 회장단 모임에는 김두현(30대·88)·박승서(35대·85)·함정호(39대·79) 변호사도 참석해 이 같은 입장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전직 회장단은 면담에서 법률가 회원들로 구성된 대한변협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한변협은 지난 7월 공식 성명을 내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해 특위에 독립적 지위와 수사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피해자 측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형사법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직 회장단은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하는 변호사 단체로서 정확한 법 정보를 제공하고, 법치에 기반한 정치적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7월 말 기준 대한변협은 개업 변호사 1만4945명을 포함해 총 1만788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정치적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성명을 발표하면서 회원들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측 관계자는 “대한변협이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기 때문에 유족들의 의견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발표한 성명은 수사권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