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6세 미만 청소년이라도 부모의 허락을 받은 경우에는 자정 이후 심야시간에도 인터넷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정부는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해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16세 미만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자정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예외없이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적용해왔다. 정부는 또 셧다운제를 위반하는 업체를 곧바로 형사처벌하는 대신 시정명령 등의 중간단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1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게임규제 관련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정부는 청소년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셧다운제 대상인 청소년의 부모가 게임 제공 회사에 요청하는 경우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또 셧다운제를 위반한 게임업체에 대해 곧바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으나, 1차 위반시 시정명령 등을 내리도록 해 업계의 처벌 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문체부는 또 셧다운제와는 별도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운영하고 있는 ‘게임시간선택제’의 대상 연령을 현행 18세에서 청소년보호법의 연령기준과 맞춰 16세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게임시간선택제란 부모가 자녀가 이용하는 게임을 파악한 뒤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게임사에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이와 함께 문체부와 여성부는 양부처와 게임업계, 청소년계 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게임 규제논의 창구를 일원화할 방침이다.

이른바 셧다운제로 대표되는 게임 관련 규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은 물론이고 그동안 정부 부처 간에도 적잖은 이견이 대립돼왔다. 문체부는 게임을 ‘산업’의 영역으로 보고 진흥책을 주장해온 반면, 여성부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의 폐해 등을 주장하며 규제를 추진해온 입장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출범으로 홍익대 디자인과 교수 출신에다 게임 제작 등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등을 역임한 김희정 여성부 장관이 입각함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 등 게임산업 규제조항 폐지 등의 조치를 내심 기대해왔다. 다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해 관리하겠다”고 발언할만큼 게임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일단 이번 개선안에 따라 게임규제와 관련한 정부의 방향은 ‘조심스러운 완화’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셧다운제를 일부 ‘선택’으로 바꾸고 처벌기준을 낮춘 이번 개선안에 대해 게임업계는 그러나 실망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사무국장은 “강제 셧다운제와 게임시간선택제라는 두 제도가 그대로 살아있고, 규제법을 일원화한 것도 아니다”라며 “규제기관만이라도 문체부로 일원화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학부모단체들은 “셧다운제도의 후퇴가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보다 특정업계의 이득만 앞세우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