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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이 여름 극장가의 숨은 승자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빅4’ 중 최약체로 꼽혔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통상 영화들이 개봉 첫 주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후 하강 곡선을 그리는 반면 ‘해적’은 시간이 갈수록 관객이 늘었다. 결국 개봉 3주차에 일일 관객수가 ‘명량’을 넘었다. 전적으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의 힘이다. 콘텐츠가 탄탄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김남길이 있다.

김남길이 ‘해적’의 주인공을 맡았을 때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의 연기력과 인지도는 인정하지만 영화배우서 티켓 파워는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적’의 장르는 코미디다. 이 잘 생기고 진지한 배우가 코미디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남길은 모든 장애물을 뛰어 넘었다. ‘해적’은 29일까지 6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뛰어넘었다. 관객이 꾸준히 들고 있기 때문에 추석 연휴가 지나면 700만 돌파를 넘어 800만 관객 동원까지 넘볼 만하다. 주연을 맡은 영화 중 6년 전 개봉됐던 영화 ‘미인도’가 기록한 200만 명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제 관객들은 생각할 것이다. 김남길은 티켓값을 내고 볼 만한 작품을 내놓는 배우라고.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TV에서 인지도가 높아도 충무로에서는 성공 못하는 배우가 많다. 무난한 연기는 펼치지만 커다란 스크린을 압도할 만한 연기를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적절한 연기 변신을 통해 각 캐릭터에 맞는 맛깔스러운 연기를 해야 한다”며 “김남길은 ‘해적’을 통해 그가 능히 그런 연기력을 갖춘 배우 임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평했다.

게다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김남길의 전작을 보면 영화 ‘폭풍전야’와 ‘미인도’, 드라마 ‘상어’와 ‘나쁜 남자’ 등에서 캐릭터의 무게감이 큰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해적’ 속 김남길은 가벼웠다. 코믹 연기도 곧잘 소화했고 호감도가 상승했다. 캐릭터는 가벼웠지만 극중 그의 비중은 무거웠다. 내러티브의 흐름을 읽고, 캐릭터를 정확히 녹인 덕분이다.

김남길의 출세작은 사극 ‘선덕여왕’이었다. 그가 맡은 비담은 진지함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캐릭터였다. 허허실실해보이지만 결정적 순간 야수성을 드러내는 그의 매력에 팬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김남길은 한 동안 허허실실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해적’을 통해 어깨에 힘을 뺀 김남길의 계산은 적중했고 대중은 열광했다. ‘명량’이 버티고 있고 ‘해무’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 속에서도 ‘해적’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다.

분명 ‘해적’을 통해 충무로와 관객은 티켓 사서 보고 싶은 연기를 하는 또 한 명의 배우를 갖게 됐다.

안진용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