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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 추기경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문제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치권이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놓고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행태를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되며 화제를 낳았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유족들도 어느 선에서는 양보해야 한다”는 말을 남겨 여론의 지지와 반대를 동시에 받았다.

염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의 정통을 잇는 인물로 평가된다. 경기 안성의 천주교 순교자 집안에서 5남1녀의 셋째아들로 태어났고, 아래 두 남동생(수완, 수의)도 모두 신부가 됐다. 1970년 가톨릭신학대를 졸업한 뒤 사제 생활을 시작한 그는 평화방송 이사장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2월 로마 교황청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가톨릭계에서는 염 추기경의 장점으로 신중한 성격과 함께 판단이 선 후의 과감한 추진력을 꼽는다.

염 추기경은 특히 교구장을 맡은 뒤에 언행에 신중함을 기했고,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언행은 삼갔다. 지난해 11월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미사 강론에서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벌이는 정의구현사제단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지난달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국가 체제를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 선처를 구한 것은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대교구 측은 추기경이 탄원서에서 “법의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기를 기도한다”고 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세월호 문제 발언도 정치적 편향이 없다는 것을 가톨릭계는 강조한다. 이념을 떠나 사랑과 화합이라는 종교적 가치를 실현하자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극심한 이념대립으로 인해 그의 발언은 일종의 편들기처럼 해석돼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