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술금융 및 모험자본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기술평가 기반의 신용대출’ 서비스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여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절 담보 없이 순수하게 기술신용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벤처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 주는 방식인 데다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취급 직원에게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방식이어서 기술금융의 표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7월 1일부터 기술평가 기반의 신용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3개 기업에 총 13억 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종전에도 기술평가와 연계된 대출 상품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일체 담보와 보증 요구 없이 신생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지원 대상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으로부터 ‘T1∼T4’(양호 이상)의 기술등급을 받은 창업 7년 이내의 벤처·중기다. 산은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취급 직원에 대해 면책 특권을 주는 기준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산은은 업체별 5억 원씩 총 500억 원 규모로 운영한 후 확대 여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산은은 또한 총 3조2000억 원에 달하는 테크노뱅킹·파이어니어 프로그램·창조경제특별자금 등 기존 기술 우수기업 대출 상품에도 TCB 평가를 연계, 양호 이상의 평가등급을 받은 기술 기업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특히 최우수기술 등급(T1)을 받은 기업의 경우 신규 대출 시 0.1%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해 줄 방침이다. 기술보증기금 및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연계 대출,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중소기업 대출 자금을 은행에 빌려주는 제도) 대출 평가 시에도 TCB 평가를 반영토록 고쳐 나가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등이 추진해 온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술신용평가시스템 구축 방안’에 발맞춰 국책은행으로서 선도적으로 기술금융 확산을 위해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