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7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이용 시민들이 디큐브백화점 지하 2층에서 신도림역 방면으로 가는 통로에 설치된 ‘걸으며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이용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구로구 제공

“걸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가 나는 신기한 계단이네.” “기념사진도 한 장 찍고 가자.”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브백화점 지하 2층에서 신도림역 방면으로 가는 통로. 지하철 이용 시민 가운데 일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지만, 상당수가 바로 옆 넓은 계단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 계단은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나는 피아노계단이다.

이 계단은 구로구가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계단 이용 활성화와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 대성산업㈜과 손잡고 설치한 것. ‘걸으며 기부하는 건강계단’이란 이름으로 28일 본격 운영에 앞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서울시는 올해 구로구 등 8개 구에 각각 연간 2000만 원, 그리고 서울역과 왕십리역에 각각 1년 동안 1억 원을 기부금으로 조성하는 계단을 설치키로 하고, 각 구청이 지역 내 후원업체와 협약을 맺어 진행하는 ‘서울시 기부하는 건강계단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로구 외에 중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서초구, 송파구 지하철역에도 오는 10월부터 이런 계단이 설치된다. 시설비 예산은 서울시에서 전액 부담한다.

이곳에 설치된 계단 옆 벽면에는 현황판이 설치돼 한 사람이 계단을 이용할 때마다 10원이 적립된다. 가장 먼저 이 계단을 시범 운영하는 구로구는 최근 평일 하루 2000여 명, 주말 하루 5000여 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까지 누적이용자는 2만3000여 명으로 23만 원이 적립됐다. 매일 이용자 카운팅을 위해 24시마다 자동 리세팅된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설치회사 ‘문화예감’의 정종배 대표는 “건강계단 설치 전 계단 이용자가 3.6%였으나 지금은 29.0%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계단을 이용한 대학생 신다영(여·24·구로구 천왕동) 씨는 “요즘처럼 지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사랑고백은 물론 건강까지 챙겨준다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라며 즐거워했다. 또 회사원 이상훈(54·송파구) 씨는 “자주 걷는 편이 아니어서 계단 오르기가 좀 힘들었지만, 운동도 되고 색다른 재미가 있어 참 좋았다”며 반겼다.

서울시의 기부하는 건강계단과 함께 중랑구는 한 가정이 1년에 1만 원을 기부하는 ‘장학기금 111기부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강서구는 ‘천생연분(1000원으로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연결해 행복나누기) 사업’을 벌이는 등 서울시 각 자치구들의 ‘별난 기부’ 이벤트가 시민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