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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2007년 퓰리처 희곡상 수상작인 연극 ‘래빗홀’(사진)은 이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답을 전해준다. ‘상실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며,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대답이다.

교외의 조용한 주택가에 살고 있는 베카와 하위 코벳 부부. 한때 완벽했던 이들의 행복한 일상은 8개월 전 사랑하는 아들 대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지옥으로 변해버린다.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두 사람. 죽은 아들의 동영상을 볼 때만 유일하게 웃음 짓는 남편 하위는 아들의 흔적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엄마 베카는 그 흔적을 지우려고 애쓴다.

슬픔을 같이 나눠 가졌지만 대처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이들은 다투기 시작하고, 오해가 쌓이며 갈등은 깊어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인생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아이를 가졌지만 축복받지 못하는 베카의 여동생 이지. 10년 전 아들을 떠나보낸 베카의 엄마 냇 그리고 대니를 죽음으로 내몬 17세 소년 제이슨이다. 제이슨은 대니에게 바치겠다며 공상과학소설 ‘래빗홀’을 써서 베카에게 보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현실과 다른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래빗홀(토끼굴)은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다. 대니가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우주에는 래빗홀을 통해 수많은 세계가 연결돼 존재하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대니를 잃은 슬픔과 아픔이 결코 사라질 수 없지만 베카는 ‘래빗홀’을 통해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위안과 평안을 얻게 된다. 래빗홀은 아픔을 잊을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자 위안과 용기를 얻는 작은 통로다.

영화 ‘가디언스’(2011) 등을 포함해 여러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데이비드 린지 어베이르의 작품으로 2006년 토니상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2007년에는 퓰리처상 희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출은 지난해 ‘가을 반딧불이’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김제훈 조은 컴퍼니 대표가 맡았다.

섬세한 감정선, 특히 순간적인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담아내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김 대표는 이번에도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감정의 무게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순간 순간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면서도 관조적으로 담아냈다. 강애심, 이항나, 송영근 등이 출연한다. 9월 6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