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내 SK사회적기업가센터에서 사회적기업 MBA 과정생들이 대만 국립정치대학 연구팀과 네트워킹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SK사회적기업가센터 제공

“정말 하고 싶은 열정도 있고 책임감도 있는데 경영 능력이 없어서 기업을 성공시키지 못할 수 있잖아요. 수업을 들으면서 창업 아이디어나 사업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어요.”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 재학 중인 최희화(여·27) 스토리쿠커스 대표는 “한국 아이들과 해외 아동들이 그림과 글쓰기, 동화 등을 통해서 교류해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MBA 과정에 입학해서 보니 사실은 내가 무엇을 실제로 하고 싶은지, 어떤 사회적기업을 추구하는지 구체적인 상이 없었다”며 “MBA 과정을 하면서 고객에게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은지를 고민할 게 아니라 고객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대학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하고, 국제기구에서 인턴을 거친 재원(才媛)이다. 하지만 기업경영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세계 각국의 아이들이 서로 그림과 글 등이 어우러진 동화를 통해 소통한다면 폭넓은 정체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 어린이들과 아프리카 케냐 어린이들이 각자의 사고와 삶의 배경이 녹아든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하나의 동화를 완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학시절에 최 대표가 케냐로 봉사활동을 갔을 당시 사귄 현지 친구들이 케냐 어린이들을 연결해줬고, 최 대표는 이 어린이들이 한국 어린이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지구 반대편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고, 그 나이 또래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는 더없이 반가워했다.

뜻깊은 사업 아이템을 찾았지만 이를 구체화할 능력이 부족했고, 때마침 카이스트에서 진행하는 MBA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제 사업 아이템이 아이들의 언어적 능력과 시각적 사고, 사회성 함양에 효과적이라는 확신이 생겼고, 이것을 조금 더 제대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싶었다”며 “MBA에서 제가 가진 아이디어와 열정을 어떻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 배워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가 MBA에는 최 대표와 같은 사회적기업가 또는 예비 사회적기업가 40명이 2년 전일제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사회적기업가 MBA는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이를 창업과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발전시킬 능력을 배양해주는 과정이다. SK 행복나눔재단이 카이스트와 함께 2013년 설립한 SK사회적기업가센터 내에 있는 교육과정으로 현재 2기 입학생을 받았다. 1기 학생들은 올해 말 졸업을 앞두고 있다.

강민정 SK사회적기업센터 부센터장은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새로운 시도”라며 “사회적기업도 충분히 시장경쟁력을 갖춰 지속 가능해야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며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모두 달성하는 큰 규모의 사회적기업이 많이 나오는 것, 이것이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년 과정의 사회적기업가 MBA는 학비가 무료이고, 멘토링 서비스, 사무실 제공 등 다양한 창업 지원도 제공된다. 강 부센터장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시장경쟁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영교육, 창업지원 등 다양한 도움을 통해서 사회적기업 생태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세계 최초의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 개설을 위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1학년 1학기에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기르고,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1학년 2학기에는 실제적인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재무회계, 시장조사, 실제 기업사례 연구 등을 진행한다. 2학년 1학기에는 실제 사업계획을 수립해서 이를 사업화하는 단계를 밟고, 졸업학기에는 외부 투자자들을 불러 투자 유치 캠프를 진행한다.

MBA 과정을 밟으면서도 창업을 병행할 수 있고, 학기마다 사업 아이디어가 진척되는 상황을 보고 그때그때 해당 사회적기업가들에게 필요한 멘토를 연결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창업을 하고 나면 SK사회적기업센터 인큐베이팅 센터 내에 사무실을 제공하고 시제품 아이디어 테스트 비용도 지원한다. SK사회적기업센터는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투자지주회사를 수립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열정과 시장성을 확보한 사회적기업을 설립에서부터 성장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셈이다.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가 추구하는 교육은 기업 내 승진이나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한 교육이라는 기존 MBA의 틀을 깨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기업을 만들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려는 혁신적 기업가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경영교육보다는 창업교육에 역점을 뒀고,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이 아니라 창업에 성공한 사회적기업가 멘토들의 실전지도 위주로 수업이 구성돼 있다. 강 부센터장은 “올해 첫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만큼 이들이 사회혁신을 주도하고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