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상지대의 ‘20년 학내 분규’가 재점화(再點火)되고 있다. 교육부는 21일 “학교법인 상지학원으로부터 김문기(82) 총장의 이사 취임 승인 신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사학(私學) 비리의 장본인인 김 총장이 상지대 운영을 전면에서 주도하기 위한 절차를 한 단계 더 가시화한 것이다. 하지만 도덕성 실추로 교육계 안팎에서 지탄의 대상이 돼온 그는 총장은 물론 이사직 취임도 부적절하다.

상지대 이사회는 지난 14일 그를 총장으로 선임하며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상황을 벗어나 구조개혁과 발전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상지대총동창회 등이 그를 옹호하는 취지도 마찬가지다. 그는 상지대 이사장 시절에 입학 부정과 공금횡령 등으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이는 상지대가 장기간에 걸쳐 ‘좌파 운동권의 해방구’로 변질되는 빌미도 됐다. 관선(官選)이사들이 정(正)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의 2007년 판결에 따라,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2010년 정이사 8명 중 4명을 구(舊)재단 추천인사로 선임토록 함으로써 그는 운영권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도덕적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이사장의 직계 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경우는 교육부 승인을 받도록 한 사학법을 우회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총장 선임을 앞두고 차남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강제 조치로 그를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이사 선임부터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 그에 앞서 김 총장은 학내 갈등이 더 심화하기 전에 자진 사퇴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만약 남아 있는 명예가 아직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나마 그것이 지키는 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