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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지사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남경필 경기지사는 새누리당의 영웅이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를 딛고 승리에 가까운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남 지사의 승리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사직은 남 지사에게도 큰 기회였다. 개혁 성향의 5선 국회의원이었지만 이에 걸맞은 실천력과 경륜 면에서 물음표가 붙어있던 것을 떼어내고 정치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였다. 남 지사는 취임 초부터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힘든 야당과의 ‘연정’을 시도하는 등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남경필표’ 정치와 행정을 선보이며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였을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정치 인생 20년 만에 최고의 시련이 닥쳤다. 남 지사는 지난 17일 6사단에서 복무 중이던 장남이 후임병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조사받는 것과 관련, 피해병사와 가족에게 사과해야 했다. 한 중앙일간지에 두 아들을 군에 보낸 소회를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이 기고문에서 남 지사는 “아들 둘을 군대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우려가 사실이 돼버린 셈이다. 19일에는 남 지사와 부인 이 씨가 이혼에 합의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사생활’이지만 공인이었기에 가슴 아픈 개인사가 공개된 것이다. 시점 또한 장남의 폭행·성추행 사건과 맞물리면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공직자로서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추측된다.

남 지사는 18일부터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상황 점검에 나서는 등 조용하면서도 차분히 도정을 수행하고 있다. 남 지사가 ‘잔인한 8월’을 떨쳐내고 다시 여권의 차기 주자, 지방행정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경기지사, 개혁성과 경륜을 두루 갖춘 믿음직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