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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뉴욕·파리-영화로 만나는 도시 / 스콧 조던 해리스·마르셀린 블록 지음, 서윤정 옮김 / 낭만북스

영화를 통해 얻는 즐거움 중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눈으로 여행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장소가 나오면 영화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며 낯선 도시에서 아름다운 사랑이 이뤄지는 장면을 보면 바로 여행지 리스트에 올리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도시 중 관객들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다. 세계 최대 도시인 뉴욕은 영화 제작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촬영지로 꼽힌다. 뉴욕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하는 자유와 희망의 도시로 그려졌으며 때론 소름끼치는 복수를 감행하는 섬뜩한 공간으로, 엄청난 재난으로 폐허가 되는 비극의 장소로 나오기도 했다. 또 예스럽고 우아한 빈티지 도시 파리는 아련한 사랑을 그린 영화의 배경으로 그려져 왔다. 파리는 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보여지기도 했으며 치밀하게 전개되는 첩보 영화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영화의 촬영지로도 각광받았다.

같은 형식으로 구성된 두 권의 책은 뉴욕에서 촬영된 44편의 영화와, 파리를 배경으로 한 46편의 영화에 대해 세세하게 소개하며 각 지역의 현재 모습과 영화 속 장면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또 뉴욕과 파리를 지역별로 구분한 약도와 그곳에서 찍은 영화를 연결시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들은 ‘여행 안내서’의 기능보다는 영화평론과 촬영지의 역사적 배경에 무게를 실었다. 영화 감독들이 어떤 감성으로 촬영지를 선택했고, 배경이 캐릭터의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며 여러 영화평론가들이 각 영화에 대해 쓴 평론과 함께 짤막한 장면 리뷰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특히 장면 리뷰는 연출자의 의도가 어떻게 영화에 녹아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뉴욕 맨해튼 리틀 이탈리아의 모트 스트리트 128번지에서 촬영된 영화 ‘대부’(1972년) 중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랜도)가 가족을 위해 오렌지를 사려다 총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을 보여주며 “‘대부 3부작’에서 오렌지는 나쁜일이 다가오는 것을 예시하는 상징으로 이용됐다”고 소개한다. 또 우디 앨런 감독 연출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2011년)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파리 8구 알렉상드르3세다리 사진을 보여주며 “앨런 감독이 파리를 풍부한 영화적 감성을 지닌 도시로 표현하기 위해 마지막 장면의 배경으로 이 도시의 특징인 다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재미있는 ‘뒷얘기’도 담겨 있다. 앨런 감독의 ‘애니홀’(1977년)에는 주인공 앨비 싱어(우디 앨런)가 어릴 적 살던 집이 롤러코스터 바로 밑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온다. 이 집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세트가 아니라 실제 뉴욕 브루클린의 코니아일랜드에 있는 켄싱턴호텔이다. 앨런 감독은 촬영지를 둘러보다 이 집을 발견하고, 대본에 앨비가 “맹세코 나는 코니아일랜드 구역에 있는 롤러코스트 밑에서 자랐어요”라는 대사와 롤러코스터가 운행될 때마다 집이 흔들리는 장면을 넣었다. 켄싱턴호텔은 2000년에 헐렸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1991년)에 나오는 다리 위 장면들 중 일부는 실제 파리 퐁네프다리에서 촬영했지만 나머지는 남부 프랑스 랑사르그에 설치된 실물 크기의 세트에서 찍었다. 이 영화가 촬영된 1989년에 퐁네프다리 재건축 공사가 진행됐다. 카락스 감독은 처음 3개월은 실제 다리에서 촬영을 하다 남자 배우가 부상을 당해 촬영이 중단되자 랑사르그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을 이어갔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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