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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린의 베스트셀러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안녕 헤이즐’에서 죽음을 앞둔 두 청춘은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반드시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기고 가겠다는 남자와 홀로 남겨질 상대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여자. 하지만 이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만난 사랑이 가장 위대한 흔적이며, 그것이 아픔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지난 몇 개월 동안 나온 죽음에 대한 책들이 떠올랐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사회 전체가 슬픔에 잠기면서 살아남은 자의 고통, 치유에 대한 책들이 먼저 나왔고, 이어 죽음을 다룬 책들이 주목받았습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낸 뒤 이제 삶에 대한 책들이 눈에 띕니다. 고통에 대한 위로, 죽음에 대한 성찰을 거쳐 다시 삶을 생각하게 된 것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MTV 사장을 거친 크리스티아네 추 잘름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 하라’(토네이도)가 그런 책입니다. ‘더 빠르게 더 멀리’를 좌우명으로 살아온 저자는 어느 날 독일 베를린에 있는 호스피스에서 6개월간 임종봉사 교육을 받습니다. 가족들을 먼저 보낸 슬픔이 그를 호스피스로 인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 추도사 쓰기 수업을 받은 그는 큰 충격을 받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자기 추도사를 쓰도록 했습니다. 책에는 80여 명이 쓴 자기 추도사가 묶여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이들은 모두 삶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이 전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아름다운 삶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전에 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 하라’입니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기에 소중하고, 다시 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지 않으려면 지금, 소중한 것을 유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추 잘름의 책이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서 감성에 호소한다면, 수전 울프 노스 캐롤라이나대 철학교수의 ‘Life, 삶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는 이성적으로 삶을 다룹니다. 울프 교수의 동명 강의를 옮긴 것인데, 강의 내용에 대해 긍정심리학 대가 조너선 하이트, 철학자 로버트 애덤스, 노미 아르팔리, 존 쾨테가 논평하고, 울프 교수가 남은 의문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강의-논평-답변 속에 책은 논리와 이성으로 삶의 의미를 고찰하면서 ‘무엇인가를 성취해야만 의미 있는 삶인가’, ‘행복에 대한 객관적 가치가 있는가’ 같은 우리들이 생각해봄직한 질문들을 던지고 답해줍니다. 이런 논리와 이성적 성찰을 거쳐 저자가 도착하는 지점은 가치 있는 대상을 사랑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관여할 때 삶의 의미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출판사 측이 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케이건 지음)에 이어 내놓은 책입니다. 삶이란 무엇인가가 결국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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