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로 국회 마비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회선진화법 개정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19대 국회 후반기 들어 경제·민생법안 등을 포함해 법안 처리 건수 ‘0’이라는 꽉 막힌 정국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 들기로 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허용함으로써 국회 폭력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2년 5월 도입됐지만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세월호특별법 등) 쟁점 현안을 빌미로 민생·경제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국회 운영 정상화 차원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국회선진화법 태스크포스(TF) 팀장이기도 한 주 의장은 “헌법소원을 위한 법리 검토는 거의 마쳤으며 (소장 가안도) 정교하게 살펴봤다”며 “나는 헌법소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거기에서 길이 안열리면 대한민국은 불행해진다”고 주장했다.

주 의장은 “국회의 최종 의사결정은 본회의에서 의원의 다수결 표결로 결정되는 것으로, 그것이 헌법 원리이기도 하다”며 “헌법의 하위법인 국회법으로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심대한 지장을 받는다면 그건 국회의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주 의장은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면 역설적으로 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개정에 찬성할 리 없다”며 국회에서 법개정을 추진하지 않고 헌법소원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인 93건의 법안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올라와 있는 43건 등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까지 따지면 200여 건의 민생·경제 법안이 대기 중이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이들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동의 없이는 단 한 건도 처리할 수 없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으로 식물 국회가 됐고 입법기관이 지금 정쟁에 다 묶여 있다”며 “국민들이 국회를 해산하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해산을 선언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