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 통합을 공식 선언하고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 통합에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합병 인가 전제 조건으로 ‘노사합의’를 강조하고 있어 합병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달 3일 조기 통합 의사를 내비친 지 한 달여 만에 합병을 위한 공식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 선언에 따라 두 은행은 오는 28일과 29일 각각 은행 이사회와 지주사 이사회를 열어 통합을 의결하고 통합계약서를 승인한다. 노조와 합의가 이뤄질 경우 9월 중 금융위원회에 통합 승인 신청을 하고, 이후에는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두 은행은 늦어도 연말까지는 통합 은행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기 통합에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는 노조를 놔두고 두 은행이 통합 절차를 공식화하고 나선 데에는 지주와 은행 측 경영진이 더 이상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 측은 “노조의 통합 논의 거부로 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의 대응만을 기다리다 통합 시기를 놓치면 영업 환경 불안정성으로 조직 내 혼란만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진의 조기 통합 가속 행보에도 불구하고 합병 성사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외환은행 노조는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기존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노조와 지속적으로 성실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면서 “노조가 진정으로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통합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