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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빌라 고무통 살인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두 경찰관의 끈질긴 현장 추적과 탐문 수사로 자칫 놓칠 뻔했던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포천경찰서 지능팀에서 수사기획 업무를 보던 최병근(37) 경위와 이동순(32) 경사가 바로 주인공으로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인 지난 7월 31일부터 강력팀과 공조하며 용의자 검거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들은 피의자 이모(여·50) 씨의 주변 인물을 탐문하던 도중 이 씨가 외국인 근로자들을 자주 만나고 1년 동안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와 200여 통의 전화를 하면서 최근 새벽에 집중적으로 통화를 한 사실을 알게 됐다.

두 경찰관은 지난 1일 오전 10시 40분 이 씨의 남자친구인 스리랑카인 S(40) 씨가 근무하는 포천시 소흘읍의 섬유공장 기숙사를 갑자기 들이닥쳐 수색을 벌인 끝에 S 씨를 찾아낼 수 있었다. 당시 최 경위는 S 씨에게 통화내역을 보여주고 사건경위를 설명하며 이 씨 행적을 추궁했다. 그러나 S 씨는 이 씨를 한 달 전에 본 이후 연락 한번 하지 않은데다 이 씨의 소재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며 발뺌을 했다. S 씨는 고분고분한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인권을 내세워 시간을 끌며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았다. S 씨가 끝까지 버틸 경우 경찰이 수색을 중단하고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 경위가 통역원을 데려와 조사하거나 경찰서로 소환해 조사할 수도 있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자 S 씨는 결국 이 씨가 숨어있는 기숙사 주방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당시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일어난 이 씨는 주방문에 귀를 대고 바깥 동향을 살피며 S 씨와 경찰 간의 대화내용을 엿듣고 있었다. 여차하면 이 씨는 도망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경사는 숙소에 있는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을 격리시켰다.

최 경위와 이 경사가 숙소문과 주방문을 잇달아 열고 들어가자 주방 안에 웅크리고 있는 50대 여성의 눈과 마주쳤다. 단번에 그녀가 이 씨임을 알 수 있었다. 최 경위가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수갑을 채우려 하자 그녀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흐느끼듯 “잘못했다. 모두 내가 범행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순순히 경찰 연행에 응하면서도 얼굴엔 반성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 보던 스리랑카인 S 씨는 “여자친구가 찾아와 재워 준 것일 뿐 사건의 범인인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경위는 “당시 한눈을 팔거나 조금만 방심했으면 피의자 이 씨를 놓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포천=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