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자대회가 많아지고, 상금도 늘고, 갤러리들의 관전 수준 역시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3라운드짜리에서 4라운드로 늘리는 대회가 갈수록 많아졌습니다. 이와 함께 코스 세팅도 변화 일색입니다. 6000야드대 초반이던 코스 길이가 6500야드가 넘는 게 보편화됐고, 러프를 길러 놓고 ‘변별력’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지난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은 총상금 12억 원에 우승상금만 3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 상금대회입니다.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대회는 국내 여느 대회와는 확연히 다른 코스 세팅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주최측은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가 최고 상금을 가져가야만 한다는 원칙 아래 러프를 잔뜩 길러 놨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US오픈을 치렀던 선수들조차 혹독한 러프에 기가 질렸습니다. 주최측 의도대로 김효주가 4일 동안 유일하게 언더파를 치며 무려 6타차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동안 국내대회는 주최측의 요구로 ‘대회 흥행’을 위한답시고 코스를 쉽게 세팅해 놓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고만고만한 코스에서 기량을 겨루다 보니 장타만 날리면 짧은 웨지클럽으로 핀을 공략하니 정확성보다는 장타자에게만 유리하다는 평가를 들어왔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화금융클래식은 코스 길이뿐 아니라 발목을 덮는 깊고 질긴 러프를 길러 놔 선수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대회 전 미디어를 위해 개방한 이 코스에서 기자도 플레이해 봤는데 보통의 코스보단 확실히 어려웠습니다. 러프에 떨어진 공을 찾는 것조차 힘들었고, 설사 공을 찾아도 정상적인 샷은 불가능할 정도로 버거웠습니다. 이로 인해 성적이 부진했던 일부 선수 부모들은 “코스 세팅의 기본도 모른다”, “특정 선수만을 위한 배려”라며 ‘내 딸의 성적부진’을 ‘이상한 코스 세팅 때문’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페어웨이에 정확히 갖다 놓은 선수들이 성적이 좋았습니다. 골프가 거리만의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앞으로 확실한 변별력을 위해서는 이런 코스 세팅이 더 많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또 한가지 변화는 그동안 코스의 기준타수를 천편일률적으로 ‘파 72’로만 적용하던 것을 ‘파 70’과 ‘파 73’으로 다양한 세팅을 하는 대회가 생겨났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회의 30% 이상이 파 70이나 파 71로 치르고 있습니다. 7일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매일유업오픈은 대회코스인 충남 유성골프장의 파 5홀 2개를 파 4홀로 변경해 파 70짜리로 바꿨습니다. 또 8일 경북 경산의 인터불고골프장(6752야드)에서 개막하는 KLPGA투어 교촌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는 755야드인 9번홀을 ‘파 6’홀로 운영합니다. 코스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좋은 현상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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