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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가격 거품 등으로 사설 산후조리원에 대한 임산부들의 불만이 높아가는 가운데 공공 산후조리원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충민로2길에 자리한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산후조리원은 서울시 최초의 공공 산후조리원으로 이 지역 임산부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조리원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충북 충주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경미(38) 씨는 지난해 아이를 출산하고 이용했던 산후조리원만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김 씨는 분만 고통으로 엉망이 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아이를 신생아실에 거의 맡겨두다시피 하고 자신의 몸조리에 열중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이가 누런 콧물을 흘리며 기침을 했다. 조리원에서는 열이 나지 않으니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기를 며칠, 결국 열이 가라앉지 않아 대학병원을 찾았더니 폐렴 진단이 나왔다. 화가 난 김 씨 부부는 산후조리원에 항의했지만, 담당 실장은 “코감기가 발전해 폐렴이 된 것인데, 산모가 몸이 좋지 않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이유도 있다”는 식으로 발뺌하기 급급했다.
이 같은 사연을 관련 카페에서 접한 엄수연(32) 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12월에 출산할 첫아이와 자신의 건강을 위해 550만 원이나 주고 서울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에 예약을 했지만 좀처럼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엄 씨는 “여러 산후조리원을 알아봤는데, 가격과 상관없이 제공되는 서비스는 대부분 비슷했다”며 “호화로운 인테리어나 룸 크기 등에 따라 가격이 큰 차이를 보였고, 주로 고가의 수입용품을 사용한다며 가격을 높이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7일 전국주부교실중앙회 등에 따르면 최근 산후조리원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불만과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가 지난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산후조리원 관련 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계약해지 환불 불만’이 43.9%로 가장 많았고 ‘신생아 감염 및 질병 발생’ 관련 상담이 12.3%, ‘위약금’ 관련 상담이 5.0%로 뒤를 이었다.
특히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최근 산모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는 서울 강남의 A산후조리원은 가격이 550만 원부터 750만 원까지 나뉘어 있다. 유명 연예인이 찾았다며 광고하고 있는 강남의 B산후조리원은 일반실이 550만 원, 특실은 720만 원, VIP실은 무려 1050만 원에 달했다. 심지어 2000만 원 수준에 육박하는 산후조리원도 있었다. 엄모 씨는 “룸이 가격별로 등급이 나뉘면서 임산부들 사이에 ‘계급이 형성되는 것 같다’며 위화감을 느낀다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제공되는 서비스는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 산모 마사지와 임산부 요가, 좌욕 서비스 등으로 구성되는데, 유명 전문가가 지도해 준다거나 전문의가 회진을 돌며 관리를 해 준다는 식으로 가격을 부풀린다. 무료 임산부 만삭 기념앨범 제공과 아기들 장난감인 모빌업체를 불러 제품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는 이미 가격에 포함돼 있는 전형적인 ‘끼워팔기’ 상술이다.
더 큰 문제는 신생아를 다루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정부의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산후조리원 관리강화 대책을 내놓고 이용요금 등을 산후조리원 홈페이지와 출입구 등에 게재토록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요금을 공개하고 있는 산후조리원은 거의 없다. 오히려 대부분 산후조리원들이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본래 요금에서 10∼20%를 할인해 준다며 현금결제를 부추기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대표적인 탈세행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은 “산후조리원이 신생아를 관리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체인 데도 사실상 정부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정부가 합리적인 기준을 제정해 산후조리원을 공공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설 산후조리원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공 산후조리원이 새 모델로 조명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 송파구청이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내 산후조리원은 사설 산후조리원과 동일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190만 원(2주 기준)으로, 사설 산후조리원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시 최초의 공공 산후조리원으로, 임산부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5월에는 동남아 국가 모성 담당 공무원들이 한국을 찾아 산후조리원 운영 노하우를 익혀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애연 전국주부교실중앙회 소비자국장은 “산후조리원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 전국 400여 개의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며, 철저한 가격분석을 통해 산후조리원의 거품 여부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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