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뉴저지주의 유니언시티에서 4일 거행된 ‘일본군 강제동원 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오른쪽 사진 오른쪽), 강일출(〃 세번째) 할머니가 나비모양의 기림비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제막식을 기념해 유니언시티 리버티플라자 곳곳에 전시된 피흘리는 소녀상.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12점의 소녀상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전통 옷차림으로 전시되어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이 아시아 전역에서 이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뉴시스·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을 바라보는 뉴저지주의 유니언시티에서 미국 내 7번째 위안부 기림비가 제막됐다. 제막식에서는 강제동원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고발하는 마네킹 퍼포먼스가 열려 여성들을 무참하게 짓밟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4일 정오 유니언시티 리버티플라자에서 브라이언 P 스택 유니언시티 시장과 한인유권자단체 시민참여센터 관계자, 시청직원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군 강제동원 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강일출(86) 할머니도 참석했다. 리버티플라자는 3개 도로가 교차하는 곳으로 기림비는 삼각지 형태의 미니공원 정면에 세워졌다. 왼쪽 도로 건너편에는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조성된 9·11 테러 추모비도 있다.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링컨터널 근처 통행인원이 많은 곳에, 더구나 한인 유권자들도 거의 없는 지역에 시정부가 나서서 기림비를 건립해 더욱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피흘리는 소녀상 12점이 전시됐다. 속옷차림에 눈이 가려진 채 국부에 피를 흘리는 소녀, 발가벗겨져 허리에 쇠사슬을 감은 소녀, 온몸이 피범벅으로 상처투성이인 소녀 모습은 참석자 및 행인들에게 일본 제국주의가 자행했던 끔찍한 역사적 진실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한국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전통 옷차림의 소녀상은 위안부 강제동원이 아시아 전역에서 이뤄졌음을 알렸다. 소녀들의 모습은 눈을 뜨고 바라보기가 처참할 정도였다.

스택 시장은 “2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당한 고초에 대해 후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은 얼마나 많은 한을 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강일출 할머니도 “부엌에서 밥을 먹다가 일본 경찰에 끌려가 보니 중국의 위안소였다”면서 “기림비를 세워준 유니언시티측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유니언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인 김자혜 씨의 기획으로 진행됐다. 시민참여센터는 지난 1년여 동안 유니언시티에 기림비 건립과 관련된 자문을 했다. 김 이사는 “스택 시장의 손을 잡고 소녀상을 바라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에서 연신 눈물이 흘렀다”고 전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