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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지하혁명 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원 7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통진당 측의 종교 마케팅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교지도자들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사실을 두고 마치 종교계가 통진당의 편을 들고 있다는 식의 자의적 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4일 통진당 측은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개신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목사·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등 4대 종단 지도자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담긴 플래카드와 신문 광고 등을 내보냈다. 서울 광화문 등에 이들이 건 플래카드에는 ‘4대 종단 종교지도자들의 탄원에 감사드린다’는 문구와 함께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구속자들을 석방하라’는 주장이 담겼다. 종교지도자들의 탄원과 통진당 측의 주장이 한 데 섞여 마치 종교지도자들이 이 의원 등의 석방을 주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날 내란음모조작사건구속자 가족대책위·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측이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 낸 전면광고(사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크게 실렸다. 천주교 신자인 구속자 가족 엄경희 씨가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하고 강복기도를 받은 모습을 싣고, 역시 하단에 ‘이석기 의원과 구속자들이 무죄석방되도록 국민 여러분, 함께 해주십시오’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지도자로 꼽히는 교황의 인기를 내란음모 사건의 판결에 이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4대 종단 지도자들의 탄원서는 단순한 편들기가 아닌, 종교적 차원에서의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라는 게 중론이다. 한 천주교 관계자는 “염 추기경이 탄원서를 통해 ‘재판부가 법의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동시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청한다’고 밝힌 의미를 넘어선 해석은 과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내란음모 사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등장시킨 것은 맥락을 많이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홍(종교학) 서울대 명예교수는 “결과적으로는 종교가 한쪽의 편을 드는 결과를 낳았다”며 “복잡한 가치들이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어떤 심판자의 역할을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