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최전방 일반전초(GOP)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관심사병들의 자살사건까지 군(軍)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더니 이번엔 엽기적인 병사 학대 실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식이 군복무 중이거나 입대를 앞두고 있는 부모들은 “이런 군에 어떻게 애지중지해온 자식을 맡길 수 있느냐”며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4월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대에서 윤 모 일병이 선임병들로부터 5개월 간 별의별 가혹행위를 당하다 결국 사망한 사건은 듣고 있는 귀를 의심케 한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을 내무반에서 오전 3시까지 기마 자세로 서서 잠을 못 자게 했고, 군기를 잡는다며 물을 부어 고문했다. 마치 군사정권 때 민주 인사에게 자행된 물고문을 연상케 한다. 치약 한 통을 통째로 먹이고, 바닥의 가래침을 핥아먹게 한 데서 나아가 성적 수치심과 육체적 고통을 주기 위해 성기에 액체 연고를 발랐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게 된다. 그 수법이 차마 입에 담기에도 힘들 만큼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다.

군은 윤 일병을 학대한 부사관·병사 5명을 구속기소하고 연대장 등 16명을 징계했다. 그러나 죄질로 볼 때 그 정도에 그쳐선 안 된다. 군 인권센터가 이번 사건의 가해 병사들에게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 그래서 더 주목된다.

이런 가혹행위가 5개월 간 방치된 경위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반인륜적 병영 폭력이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있지는 않았는지 등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돼야한다. 군은 그동안 가혹행위가 사회 문제가 될 때마다 대대적인 병영(兵營)문화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의 엽기적인 가혹 행태가 밝혀지면서 이같은 조치들이 구두선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이제라도 구호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선진 군대를 내세운 우리 군에서 다시는 이런 후진국형 가혹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군의 전투형 강군(强軍) 목표 달성 시기도 앞당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