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침몰 당시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도 승객 구조에 실패해 크지 않을 수 있었을 사고를 초대형 참사로 키운 목포해경(海警) 123경비정에 대해 검찰이 형사 문책하기 시작했다. 광주지검 해경 전담수사팀은 사고 당일 123정이 승객들에게 퇴선 안내방송을 한 번도 하지 않고도 5분 간 탈출하라고 방송한 것처럼 함정 근무일지까지 위조한 김경일 정장을 29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123정이 도착한 오전 9시30분에서 단원고 학생이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10시17분까지 배 안팎에서 승객 탈출을 독려했더라면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정장은 탈출 안내방송도 선내 진입 지시도 하지 않고도 그 ‘통한의 47분’에 걸쳐 최선을 다한 것처럼 일지를 조작했다고 한다. 앞서 관할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세월호의 항적 이탈을 포착하지 못했고 또 현장에서 선내 승객 단 1명도 구해내지 못한 데 이어 공문서마저 조작한 해경이다. 가위 ‘범죄의 점철’이다. 김 정장 범행 또한 검찰 수사 대비 차원에서 윗선과의 교감 아래 기획했을 개연성을 짚어보게 한다.

검찰 수사 지연도 뒷말을 낳고 있다. 구조와 관련한 해경 첫 체포가 ‘세월호 100일’을 넘어서서야 , 그것도 광주지법 형사11부가 28, 29일 ‘법정 외 방식’으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진행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증인 신문에서 ‘해경 죄상(罪狀)’이 일괄 재조명되는 시점과 겹친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도 검토한다는 검찰의 발언이 그만큼 작위적으로 들린다.

구조의 본분을 그르친 해경의 책임은 “(친구들이)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 당한 게 아니다.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죽은 것”이라는 생존 학생의 증언에 새삼 무게를 싣게 한다. 정치권 일각의 ‘세월호 교통사고론’이 사고의 직접적·피상적 원인에 주목해 해경 등의 직무 과실이 결국 더 큰 참사를 부르고 만 전말을 상대적으로 가벼이 넘기는 ‘단견’으로 비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검찰도 해경 수사 확대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다만, 해경 문책과 정부가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해경 해체론은 별개 차원이다. 정부·국회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을 경계하고 재고하기 바란다. 그 재고가 해경의 책임을 경감시켜선 안 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