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손흥민(22·레버쿠젠·사진)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축구계에 비상이 걸렸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하는 선수 차출의 의무가 없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으로서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오는 8월 15일 아시안게임 엔트리(20명)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광종(50) 감독은 손흥민의 차출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손흥민은 두말할 필요없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에이스다. 22세의 나이로 월드컵 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오가는 전천후인 데다, 윤일록(22·서울), 김승대(23·포항)와 함께 공격의 핵심이다. 그가 없는 대표팀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 감독은 진작 손흥민을 20명 엔트리에 넣고 나머지 멤버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혹시나 했던 문제가 현실로 들이닥쳤다. 소속팀 레버쿠젠이 아시안게임을 위해 팀내 주전인 손흥민을 순순히 풀어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레버쿠젠으로선 손흥민을 보내줄 의무가 없다.

FIFA가 규정하는 선수 차출 대회는 월드컵, 대륙연맹컵, A매치뿐이다. 아시안게임에 안 보내줘도 뭐라 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경기 일정도 꼬여 있다. 브라질월드컵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이 지난해보다 보름 가까이 늦춰지면서 레버쿠젠의 중요한 경기가 아시안게임 기간(9월 19일∼10월 4일)과 딱 겹치게 됐다. 9월 21일 볼프스부르크전부터 9월 24일 아우크스부르크전, 9월 27일 프라이부르크전, 10월 4일 파더보른전까지 4경기가 맞물려 있다. 지난 시즌 볼프스부르크를 누르고 리그 4위를 차지했던 레버쿠젠으로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경기들이다. 레버쿠젠도 손흥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손흥민은 2011년에 대표팀 차출이 불발된 사례가 있다. 당시엔 함부르크 소속이었는데, 이광종 감독이 콜롬비아 청소년월드컵 출전을 요청했으나 함부르크가 끝내 거절했다.

이광종 감독은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를 만나 차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엔트리가 발표되는 대로 대한축구협회에서 정식으로 차출을 요청하겠지만, 그에 앞서 손 씨를 통해 레버쿠젠을 설득하겠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선수시절 손 씨와 그라운드에서 같이 뛴 친분이 있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중반 각각 K리그 유공과 현대 소속으로 뛰었다. 이 감독이 청소년대표팀을 맡았을 때도 늘 손흥민을 중용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받게 되는 병역특례 혜택에 대해서도 강조할 예정이다. 병역특례를 받으면 분데스리가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몸값도 높일 수 있다. 이는 구단 역사상 최고액의 이적료(1000만 유로)를 지급한 레버쿠젠으로서도 이익이다. 병역특례를 받으면 손흥민의 이적료를 톡톡히 챙길 수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