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일부 승무원만 자신의 생명이 위기에 처한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침착하게 자신과 동료들의 목숨을 함께 걱정하고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전날에 이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김모(17) 양 등 18명이 증인으로 나와 세월호 침몰 당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거나 우왕좌왕했던 일부 선원들과는 달리 학생들과 일부 승무원이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의연하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생생히 증언했다.

이날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단원고 2학년 김모(17) 양은 “세월호가 갑자기 기울면서 난간이 물에 완전히 잠겨서 안 보였는데 친구들과 서로 끌어올려줘서 캐비닛을 밟고 간신히 복도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며 탈출 당시 친구들끼리 협력한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양은 이어 구명조끼를 꺼내준 것도 선원이 아니라 같은 학생이었으며 다른 승객이 커튼을 묶어서 내려준 덕분에 그것을 붙잡고 세월호 위쪽으로 올라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들 학생은 그러나 해경 구조대원과 선원들에 대해서는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또 다른 증언자인 이모(17) 양은 “헬기를 타라고 해서 나와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제 앞에 있는 애들까지 해경분이 데려간 후 조금 있다가 보니까 해경 경찰관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이 양 등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에게 헬기를 타라고 연락한 사람은 헬기를 타라는 방송을 들은 같은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진술하는 내내 차분한 어조로 말했으나 해경 대원이 사라진 상황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자못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 학생들은 또 같이 선실에 있던 친구들을 남겨두고 자신들만 살아남은 데 대해 일종의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또 심한 패닉과 정신적인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안산 = 이상원·송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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