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이 연이어 자수하면서 범인은닉·도피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해마다 1200여 명이 이 같은 혐의로 처벌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인 은닉 또는 도피를 도운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29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인천지검에 자수한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 씨나 28일 자수한 ‘김엄마’ 김명숙(여·59) 씨, 양 씨 부인 유희자(52) 씨 등은 모두 범인은닉·도피죄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었다. 이들처럼 해마다 범인을 숨겨주거나 도주에 도움을 주다 수사당국에 적발돼 처벌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1229명이 범인은닉·도피죄로 기소된 데 이어 2012년 1296명, 2013년 1248명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6월까지는 546명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5월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수갑을 찬 채 도주한 이대우에게 도피자금 50만 원을 주고, 하룻밤 잠자리를 제공한 교도소 동기 박모 씨는 범인은닉·도피죄로 기소됐다. 박 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999년 탈옥수 신창원 사건 당시에도 신 씨를 숨겨준 동거녀 2명이 같은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됐다. 범인 도주를 위해 승차 편의를 제공하거나 변장을 위해 옷을 준비해 주는 일, 범인의 자수를 말리는 일 모두 범인은닉·도피죄로 처벌받는다.

이웅혁(경찰학) 건국대 교수는 “이번 유 전 회장 일가 도피 조력자 검거과정이 범인은닉·도피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