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여름 휴가를 갖는다. 국정 난제들과 잠시나마 거리를 두고 여유를 즐기기를 기대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휴식은 재충전의 기회다. 그런데 이번 휴가 기간 내내 박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머무를 것이라고 한다. 휴가라는 것이 꼭 ‘집’을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청와대 내부에 휴식을 취할 공간도 있는데다, 외부에서 휴가를 보낼 경우에 발생할 경호 상의 번거로움까지 고려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몇 가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우선, 대통령의 휴가 스타일은 공직자들에게 그 자체로 ‘메시지’의 의미를 갖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국민이 하루 휴가를 더 가면 지출액이 1조4000억 원이 늘어난다는 점을 적시하면서 “장관들이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고, 정부는 ‘공무원 여름 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른다면 공무원과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까. 그런 생각이라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직접 펜션 같은 데를 찾아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비’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 당일 박 대통령에 대한 보고 문제와 관련,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이 경내(境內) 계시면 어디에 계시든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청와대에 머무르면 ‘업무 중’이라는 취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1박2일 동안 경남 저도의 휴양 시설에 머물렀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등 편한 시간을 갖기 힘든 사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도 사람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며칠 편하게 보내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아가 그런 여유를 보고 싶어한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내(內) 휴가는 유감(遺憾)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