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사고 당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사고 당시 위험을 직감해 구명동의를 찾아 입고 탈출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신속하게 탈출하라’는 지시나 이야기가 전혀 없어 친구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학생들은 또 “혼자만 살아남은 것 같은 죄책감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친구 부모님들만 봐도 죄송스러울 정도”라며 눈물을 흘렸다.

28일 경기 안산시 고잔동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과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배 안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만 있었고 탈출하라는 말 없이 ‘대기하라’는 선내 안내 방송만 계속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의 심리로 열린 증인 심문에서 김모(17) 양은 “배가 기울 때 처음에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고 조금 더 기우니까 ‘주변에 잡을 거 있으면 잡고 안전 조끼 입으라’고 했다”며 “하지만 뛰어내리거나 탈출하라는 선원이나 해경의 말은 한 번도 못 들었다. 답답했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 양은 또 “사고 이후 배에서 나오기까지 대피하라거나 탈출하라는 방송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탈출’하라는 방송만 있었어도 이렇게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당시 안타까운 상황을 설명했다. 이모(17) 군은 “아이들이 스스로 난간을 잡고 올라오거나 민간 구조자가 구해줘서 밖으로 나오게 됐다”며 승무원들이 신속하게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박모(17) 양도 “승무원들은 계속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다. 배가 침몰되기 직전에는 방송은 안 하고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나가라고 했지만 이미 배 안의 상황은 아비규환 자체였다”고 증언했다.

특히 김 양은 “친했던 친구들이 침몰하는 순간까지 구조를 기다렸는데 혼자만 살아남은 것 같아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참사 이후 대부분의 생존 학생들은 죄책감에 “잠을 못 잘 때가 많다” “괜히 우울해지기도 하고 사람들 시선이 너무 부담스럽다” “희생된 친구 부모님 등 유족들을 보면 괴롭다”고 증언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증언학생 6명 가운데 5명은 법정에서 진술했으나 1명은 법정이 아닌 별도의 화상증언실에서 진술했다. 또 피고인이나 검사, 변호사와도 접촉하지 않도록 비공개로 진행됐다.

안산 = 송동근 기자 sd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