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자원의 높은 해외의존도를 극복하고,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 중인 원자재 비축사업이 업무를 맡은 조달청과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주도권 다툼으로 표류하고 있다.

기관별 비축대상 물자와 비축 주체가 다른 탓에 업무상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고, 같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예산 및 인력낭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1967년 제정된 ‘조달기금법’에 근거해 금속광물 비축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현재 알루미늄·동·아연 등 비철금속 6종과 실리콘·망간·코발트 등 희소금속 9종 및 방산금속 1종을 비축하고 있다. 총 비축량만 23만7188t에 이르고 이는 약 51일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광물자원공사는 2004년 개정된 ‘대한광업진흥공사법’에 의거, 2007년부터 크롬과 텅스텐 등 희소금속 9종, 4만411t을 비축 중이다.

하지만 비축업무가 나뉘어 있다 보니 두 기관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업무상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광물자원공사가 지난해 10월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통해 국내에 도입한 니켈은 조달청 비축 품목에 속하는 바람에 직접 비축을 하지 못했고, 결국 민간업체 간 경쟁입찰을 통해 조달청이 구매해야 했다.

올해는 광물자원공사가 멕시코 볼레오 광산에서 생산한 동이 추가로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지만,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는 비축대상과 주체를 놓고 이견을 보이며 아직까지 명확한 도입방법 및 비축주체를 확정하지 못했다.

한편, 조달청은 원자재시장분석센터에서 생산된 정보를 바탕으로 비축물자 웹사이트(www.pps.go.kr/bichuk)를, 광물자원공사는 자원지원센터에서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자원정보 웹사이트(kores.net)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도 논란거리다. 두 곳 모두 국제 금속가격 및 수급현황을 조사·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유사한 업무를 두 기관이 중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산과 인력 낭비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