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민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을 후보는 자진 사퇴 하루 전만 해도 당 지도부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양보는 절대 없다”며 강한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 그가 왜 하루 만에 돌연 사퇴를 결심하게 된 걸까. 정치권에서는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사전투표 전날인) 24일까지 단일화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한 ‘배수진’이 묘수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을 내던질 줄 아는 노회찬’이 ‘자기 것을 지키려 한 기동민’ 이미지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사퇴 발언을 통해 명분상 우위에 서며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었다. 일단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당 대 당 연대는 없다”고 해 다 죽어가던 야권 단일화의 불씨를 “연대 없으면 자진 사퇴하겠다”는 발언으로 되살려냈다. 또 그동안 지도부의 분위기를 살피며 선뜻 나서지 못했던 기 전 후보를 단일화 테이블로 불러내는 데도 성공했다. 협상장에서 기 전 후보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담판을 제안했지만 이미 명분은 노 후보에게 넘어간 상황이었다.

3자 구도에서는 기 전 후보가 노 후보보다 앞섰지만 양자구도를 가정하면 노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기동민이 여론조사에서 밀리니 당을 앞세워 노회찬의 양보만을 얻으려고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노 후보는 사퇴 발언으로 명분에서 앞서고 여론조사의 객관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의 ‘백기’를 받아냈다. 이 때문에 노 후보에 대해서 “노련하다 못해 노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 전 후보로서도 사퇴를 선택했을 때 실리론이 작용했을 수 있다. 486 운동권 동지 출신인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과 갈등을 빚어가면서 전략공천을 받은 기 전 후보로서는 이번 선거에 패배하면 정치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노 후보와 ‘아름다운 단일화’마저 물 건너가는 상황이 되면서 나경원 후보에게 승리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기 전 후보는 이번에 출마를 포기해 수원의 후보들에게는 힘을 실어주고 당에 ‘빚’을 안겨준 셈이 됐다. 향후 기 전 후보가 국회의원에 재도전할 때 발언권을 높여줄 수 있는 대목이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