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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케이프의 ‘시그니처 홀’과도 같은 파3의 16번홀은 백미 중의 백미였다. 티잉 그라운드에 따라 난이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210m인 백티에서는 그린이 아득히 멀어보여 설렘보다는 ‘과연 그린에 올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이곳의 4개의 파3홀들 중 처음 만나는 4번홀을 제외한 나머지 파3홀 3곳은 공교롭게도 바다를 향하거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티샷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파5홀에서 웅장함을 느끼게 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우스케이프에서는 파3홀들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6번홀은 백티를 사용하는 경우 전장이 220m나 된다. 그날 레귤러 티에서 플레이한 우리 일행은 6번홀 백티에서 치려고 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 바다를 건너 그린을 향해 날아가는 공을 지켜보는 쾌감이 남달랐다.

16번홀의 경우 백티에서 5번 페어웨이 우드를 꺼내들었다. 티잉 그라운드를 지나면 천길 낭떠러지 같은 절벽 바로 밑이 바다였다. 티샷한 공은 오른쪽으로 감기면서 그린 왼쪽 벙커도 벗어나 페스큐 덤불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화이트 티에서 5번 아이언을 잡고 잠정구를 쳐 그린에 올렸다. 1타에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토록 만들어졌다 할 만큼 스릴이 넘친다. 다행히 플레이한 날은 잔뜩 흐린 채 비는 왔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다. 만일 바람이 불었다면 백티에서 아이언으로도 올릴 수 있지만 맞바람이라면 드라이버로 쳐도 그린에 닿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