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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정치 리더십의 부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우경화 움직임 속에서 난세의 영웅 이순신이 다시 호출돼 ‘이순신 신드롬’을 만들고 있다.

정유재란 당시 12척의 배로 330척을 앞세운 왜군을 무찌른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30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이순신 관련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10여 년 넘게 이순신을 연구해온 대중저술가 김태훈 씨는 임진왜란 7년 전쟁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이순신이 어떻게 평범한 인물에서 비범한 인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다룬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일상이상)를 내놨고, 소설가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민음사)은 이번 달 재출간됐다. 팩션 소설 ‘이순신의 제국’(이광남), 역사 인문서인 ‘전쟁의 신 이순신’(설민석), 국내 첫 완역본인 ‘난중일기’ 등도 나왔다.

한국사에서 세종대왕과 함께 대표적 리더로 꼽히는 이순신은 끊임없이 문화적 텍스트로 재생산돼 왔지만 이번 신드롬은 역사적 실존 인물을 통해 이상적 지도자를 찾으려는 대중의 갈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며 정치에서 ‘국민이 최고의 가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술가 김태훈 씨는 “이순신은 인간적 고뇌를 거치고 원칙을 지키며 스스로 죽음으로써 나라를 구한 완벽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여러 권의 이순신 리더십 관련 책을 출간한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도 “최근 이순신의 재등장은 공동가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베 정권의 우경화도 이순신 신드롬의 주요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정권이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추구하면서, 사회전체에서 극일(克日) 역사를 되새기자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교생 딸과 함께 영화 ‘명량’을 본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딸이 이순신 장군에 대해 새롭게 알았다고 말했다”며 “어린 세대들도 이순신 리더십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