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 의성군 비안면 장춘리 돼지 농장 진입로에 설치된 통제초소에서 24일 돼지 매몰작업에 투입되는 공무원과 인부들이 방역복을 입고 있다.

“어떻게 해야 될지…. 3년 전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또다시 악몽이 재연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국 축산업을 초토화시켰던 구제역이 다시 경북에서 발생하면서 지역 축산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오전 찾아간 의성군 비안면 일대 축산농민들은 극도의 초조감을 보였다. 마을 입구에는 이동통제 초소가 설치돼 있었고 농장 진입로 방역기에서는 연신 소독약을 내뿜고 있었다. 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돼지 살처분에 투입된 공무원과 인부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구제역으로 또 다시 돼지 600마리를 살처분하게 된 농장주 성모(55) 씨는 “당시 구제역 음성반응이 나왔지만 예방 차원에서 1900여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며 “또다시 애써 키우던 돼지를 땅속에 묻어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성 씨는 3년 전 구제역으로 당시 기르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한 데 이어 또다시 자식처럼 키우던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아픔이 재연된 것이다.

마을 주민 차모(60) 씨는 “그동안의 백신접종과 방역이 물거품이 된 것이 아니냐”며 “축산업 위기로 축산농가들이 가뜩이나 고통을 받고 있는데 구제역마저 다시 발생해 축산 기반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2011년 당시 구제역 진원지였던 안동에서는 전체 사육 두수의 95%가 넘는 14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경북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은 소, 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가축에 주로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치사율은 5∼55%에 달한다. 성 씨의 돼지 농장 외에는 아직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농장은 없지만 2010년 구제역으로 직격탄을 맞고도 일부 축산농가들은 백신접종을 등한시해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북도는 구제역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2010년 11월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장장 5개월 동안 크게 번지면서 축산농가들을 초토화했기 때문이다. 경북지역 축산 농민들은 “당시 축산업이 쑥대밭이 된 이후 가축을 재입식하면서 구제역 발생을 우려해 철저히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축사 청결에도 신경을 썼는데 재발해 두렵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성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