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24일 북한이 원심분리기 생산기술을 터득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한 뒤 이란에 관련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그동안 관측이 무성했던 북한의 P-2원심분리기 생산이 기정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010년 세계적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방북해 직접 영변 핵시설 내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인하고 “현대식 원심분리기를 직접 봤다”고 밝힌 뒤에도 여러 논란이 있어 왔다. 이날 헤이노넨 전 사무차장의 분석은 헤커 박사가 북한이 실제 원심분리기를 생산해 가동중일 가능성을 제기한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무기를 생산하는 수준에서 한발 나아가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핵확산 차원에서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헤이노넨 전 사무차장이 포린폴리시 기고글에서 “북한의 P-2 기술이 이란의 P-1 원심분리기보다 효율적”이라고 밝힌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경우 우라늄과 플루토늄 방식을 혼합한 방식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3차 핵실험에서 북한이 기존의 플루토늄 방식이 아닌 우라늄 실험도 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 헤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은 전병호 전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가 파키스탄의 핵개발 전문가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통해 이전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전 비서가 1998년 칸 박사에게 보낸 감사편지에 파키스탄 원심분리기 및 미사일 관련 부품을 제공받았음을 시사하는 언급이 나오고 북한이 파키스탄 군 장성들에게 돈을 지불한 대목도 들어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011년 칸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에 “북한이 1998년 파키스탄으로부터 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군 수뇌부에 현금 350만 달러(32억 원)와 보석 등을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북핵 대부’ 전병호 = 지난 7일 88세로 사망한 전병호 전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북핵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공동명의의 부고에서 “인민군대를 현대적인 공격수단과 방어수단을 갖춘 최정예 혁명강군으로, 우리 조국을 인공지구위성 제작 및 발사국, 핵보유국으로 전변시키는 데 특출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장례식은 10일 평양에서 국장으로 치러졌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핵개발과 관련, 2011년 외신은 그가 1998년 파키스탄 군부로부터 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선물을 제공하는 등 로비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유엔의 추가 제재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1970년부터 당 중앙위 부부장, 부장, 비서를 지낸 그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내각 정치국장 겸 당 군수담당비서를 맡았고, 2012년 5월 사실상 현직에서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