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과 관련해 법무부와 경찰청으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여야는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지 40일 만에 신원이 확인된 경위를 따져 물었으며 특히 야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이성한 경찰청장은 물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 의원들도 “황 장관 등 문책 대상자의 거취 문제가 나와도 방어하지 않겠다”며 야당보다 더 엄정하게 추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40일간 ‘죽은 사람’을 쫓았던 검·경의 부실수사에 대해 강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법사위에서 야당은 수사라인은 물론 김 비서실장의 책임론까지 거론하며 맹공에 나섰다.

법사위 위원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시는 대통령이 하고, 수사는 검찰이 하고, 책임은 경찰 혼자 지는 분위기”라며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유 전 회장의 시체가 발견됐음에도 각종 의혹이 떠도는 등 국민들은 더 이상 현재의 수사팀을 신뢰하지 못한다”며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황 장관은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여러 의혹들을 확인해서 진상을 밝히는 게 최우선이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날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 인근 주민들의 증언을 공개하며 ‘사체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매실밭에서 변사체가 발견된 시점이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전이라고 말하는 주민들이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분석 결과를 신뢰하지만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도 검·경의 수사 공조 미비와 혼선 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번 사건만큼은 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법사위의 한 여당 의원은 “잘못한 점에는 야당보다 더 엄정하게 추궁하고 다만 과도한 정치공세로 흐르는 것은 경계하겠다”며 “황 장관의 거취 문제가 나와도 방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 분석 결과 유병언과 관련된 멘션 중 74.2%가 부정적이고 검찰과 관련된 멘션은 93.3%가 부정적”이라며 “검찰이란 단어는 의혹, 부정, 부패 등의 단어와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SNS상에 유 전 회장의 시체 사진이 떠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검찰이 유 전 회장이 도피했던 별장을 수색하고도 벽장 뒤에 숨어 있는 유 전 회장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면서 김 실장을 겨냥한 듯 “청와대도 이 사실을 몰랐는지, 만약 몰랐다면 보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행위에서는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노웅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경찰청장에게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유병언 도피처로 알려진 별장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으로 충분히 수색할 수 있었다”며 “유병언 수배전단지를 보면 유병언 좌측 손가락 마디 2개가 없다는 게 적혀 있는데 지난 6월 12일 발견된 백골의 변사체 검안 당시 좌측 손가락 마디를 검수했느냐”고 따졌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