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회 출석 2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황교안(왼쪽 사진) 법무부 장관과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한 이성한(오른쪽 사진 오른쪽) 경찰청장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과 관련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김연수·김동훈 기자 nyskim@munhwa.com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적 및 수사 과정에서 검찰·경찰의 무능과 조직이기주의 행태가 확인됨에 따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경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 인사가 뒤따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유 전 회장 시신에 대한 신원 확인 후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2기 내각 구성 때에도 황 장관 교체 여부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등의 인선을 앞둔 박 대통령에게 ‘유병언 수사 문책’이라는 인사 요인이 추가될지 주목된다. 여권에서는 경찰이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하고 검찰이 최재경 인천지검장의 사표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유 전 회장 시신 확인을 통해 드러난 검·경의 무능과 혼선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라며 “실무 수사라인뿐 아니라 황 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등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 6월 12일 유 전 회장 추정 변사체를 확보하고도 40일을 허송세월한 것과 관련해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정순도 전남지방청장 등을 직위해제하고 유 전 회장 및 일가 수사를 지휘해 온 최 지검장도 사표를 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의미다.

검·경이 수사 과정에서 무능력한 모습뿐 아니라 무사안일주의, 조직이기주의 행태를 보인 것을 묵과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힘을 받음에 따라 박 대통령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에 대해 세월호 참사 발생 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안전행정부와 해양경찰청에 대해 구조·구난에 실패한 책임을 강하게 물은 바 있다. 해피아(해수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척결뿐 아니라 안행부 기능 축소, 해경 해체 등을 지시한 것도 박 대통령이었다.

특히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사실도 모르고 박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그의 검거를 채근했다는 점도 후속 문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검·경이 원활한 정보 공유를 통해 협력수사를 하고, 관련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2기 내각 구성 때 황 장관도 교체 대상에 포함돼 있었지만, 세월호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결국 누락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이미 황 장관의 교체를 검토했던 만큼 수사 혼선에 대한 문책이 검·경 수뇌부를 넘어 황 장관에게까지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