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이사 등 관피아 출신 “업무 실적 올리려 무리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골목상권을 놓고 소상공인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기업의 마케팅 행사에 참여해 소상공인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공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상임이사 3명 전원과 비상임이사 2명은 모두 중기청 출신 ‘관피아’(관료+마피아)들로, 이들은 소상공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보다 업무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공단은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은 바 있다.

23일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이일규 공단 이사장은 신세계가 지난 16일 열었던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공감 상생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신세계 측이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세련된 디자인의 비닐봉투를 연간 500만 장씩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에 무료로 배포하는 등 앞으로 5년간 약 1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행사 다음 날 신세계는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편의점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결국 공단의 협약식 참여는 업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대기업의 마케팅용 행사에 동원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측의 설명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공단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소상공인의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기관임에도 이번 일로 인해 소탐대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앞으로 공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이사로 소상공인단체장들을 많이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단의 상임이사인 이일규 공단 이사장과 하종성 부이사장 및 임병재 이사와 비상임이사인 이상훈 씨와 임충식 씨는 모두 중기청 출신 관피아들로 지난해 공단의 경영평가 결과에 대해 매우 민감한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경영진에서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인 E등급을 받은 것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무리하게 업무 실적을 올리려다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빚게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공단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