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을 맞아 호텔 이용객들이 크게 늘면서 호텔업계가 바빠지고 있다. 투숙객들이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호텔의 조그만 비품 하나하나가 사실은 엄격한 평가를 통과했다는 것을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2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국내 호텔은 특1등급호텔부터 3등급호텔까지 5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현행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국내 호텔은 ‘관광호텔업’과 ‘수상관광호텔업’, ‘한국전통호텔업’, ‘가족호텔업’, ‘호스텔업’, ‘소형호텔업’, ‘의료관광호텔업’ 등 7가지로 구분돼 있다. 이 같은 구분은 ‘호텔업의 등급 결정’에 의한 평가를 통해 등급이 나누어진다.

신규 호텔일 경우에는 등록일로부터 60일 이내, 기존 호텔은 등급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등급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심사는 ▲공용공간 및 서비스 ▲객실 및 욕실 ▲부대시설 등 3부문으로 나눠 700점 만점으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가점과 감점 각 80점씩이 더해지고 빼진다. 700점 만점 중에서 90% 이상(630∼700점)이면 ‘특1등급’ 호텔로 지정되고, 80% 이상은 ‘특2등급’, 70% 이상은 ‘1등급’, 60% 이상은 ‘2등급’, 50% 이상은 ‘3등급’ 호텔로 지정된다. 국내에는 모두 629개의 호텔이 있는데, 이중 특1등급 호텔은 67개, 특2등급 호텔은 76개가 있다. 그 밑으로 1등급 호텔이 175개, 2등급 호텔은 117개, 3등급 호텔은 90개가 있다.

평가를 받은 호텔은 무궁화로 등급 표시가 된다. 흔히 알고 있는 대로 금색 바탕의 무궁화 5개 표지는 ‘특1등급’ 호텔을 나타낸다. 녹색바탕 무궁화 5개는 ‘특2등급’을 표시하고, 그 밑으로 무궁화 개수에 따라 3등급 호텔까지 등급이 나뉜다. 이 표지는 국가별로 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무궁화를 사용하지만, 미국은 별(Star)로 표시한다. 다이아몬드를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최고 등급 호텔은 ‘금빛 무궁화(혹은 별) 5개짜리’ 호텔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금빛 무궁화 5개’ 호텔과 미국의 ‘별 5개 호텔’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흔히들 ‘고급 중의 고급’ 호텔을 얘기할 때 ‘6성급’ 혹은 ‘7성급’ 호텔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공식 평가 등급은 아니다. 두바이의 초호화 호텔인 부르즈 알아랍 호텔처럼 최고등급인 특1등급 호텔보다 시설이나 서비스가 뛰어나다고 해서 비공식적으로 불리는 호칭이다.

등급 평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위탁을 받아 서울특별시 관광협회와 한국관광협회 중앙회,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에서 각각 평가한다. 호텔들이 평가를 받고 싶은 기관에 의뢰해 평가 받는 형식이다.

호텔업계에서는 공식 평가 항목 외에도 유명 인사들의 투숙이나 객실 단가 등으로 호텔 ‘레벨’을 나누기도 한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은 방한한 미국 대통령들이 숙박하는 호텔로 유명하다. 신라호텔은 얼마전 한국을 찾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묵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문제점도 있다. 3년마다 평가를 받도록 돼 있지만, 현행법에서는 평가를 받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다. 또 평가기관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고 호텔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관을 고를 수 있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가 날짜를 미리 고지해주기 때문에 평가 받는 날에만 신경을 쓰면 되는 허술한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